북한문제 Key 포인트, 황장엽과의 6문6답

-최근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평화구축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엇입니까?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하는 데는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 4대국이 모두 이해관계를 가집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큰 이해관계를 가지며 일본도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집니다.

러시아는 큰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역사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관여해 왔고 또 직접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라로서 북한문제에 무관심할 수 없습니다.

북한문제와 관련한 4대국의 이해관계의 내용은 서로 다르지만 현 단계에서는 다같이 현상유지, 즉 남북의 평화적 공존을 바라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주변 4대국과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금 남북이 대화를 통하여 통일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인 만큼, 남북대화보다 주변 4대국과 함께 북한문제를 토의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특히 미국과 협조를 강화해야 합니다. 김정일 정권은 남한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자체는 크게 보진 않지만 막강한 힘을 가진 미국을 매우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현 시기 주한미군은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현 시기 김정일 정권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까?

북한 통치자들이 무모한 전쟁을 도발할 가능성은 적지만 북한정권의 특성을 고려할 때 소위 볼모를 잡고 위협하는 벼랑끝 전술에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은 북한이 도발해서 승리할 가능성은 없고 실패하면 본전까지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남침을 반대하는 동시에 북침도 반대한다는 입장입니다. 러시아도 한반도의 평화유지를 바라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이 미국, 일본과 공조관계를 공고히 하고 중국, 러시아와 친선협조 관계를 적극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쟁은 흔히 상대의 전쟁의지와 수행능력, 이 두 가지를 봐야 한다고 합니다. 지금 김정일 정권은 어떻습니까?

현 북한정권이 존재하는 한 전쟁의 위험성은 존재한다고 봐야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승리의 가능성이 높을 때 전쟁을 일으키게 됩니다. 그러나 북한은 승산이 없기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는 것입니다.

북한 통치자들은 지금까지 남침전쟁 준비에 전력을 다해 왔지만 경제가 전면적으로 파산상태에 빠지게 되면서 군수공업이 심각한 위기를 겪었습니다. 대부분의 부대에 군복과 신발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고 있으며 군사장비를 갱신하지 못할 뿐 아니라 부속품 공급사업도 원만히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 통치자들은 핵무기 개발문제를 가지고 한국과 미국을 위협해 보려고 하지만, 이것은 상투적인 협박과 속임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미 전부터 남한을 초토화할 수 있는 로켓 무기와 화학무기를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만 가지고는 그들이 전쟁을 일으킬 수 없습니다.

그들이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기계화 부대를 동원하여 군사분계선을 돌파하고 남한 끝까지 점령할 가능성이 있어야 합니다. 섣불리 핵무기 같은 것을 쓰면 저들의 종국적인 멸망을 앞당길 뿐이라는 사실을 그들 자신이 잘 알고 있습니다.

-북한의 군수공업이 경제위기로 악화된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만, 남한의 달러원조로 핵무기고를 늘였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북한의 경제를 망치게 만든 근본원인이 전쟁준비와 김일성, 김정일 우상화를 위한 건설에 자금과 자재를 낭비한 데 있습니다.

따라서 그들이 핵무기를 몇 개 더 개발했다고 떠들며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한다고 하여 경제원조를 확대하는 것보다 계속 군비증강에 힘을 탕진하여 더욱 경제를 파괴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문제는 북한의 최대 약점이 경제위기이고 남한의 최대 강점이 경제적 우월성인데, 북한의 군수공업을 회생시킬 수 있도록 경제원조를 주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일은 없다는 것입니다.

함정에 빠진 호랑이를 구해준다고 하여 호랑이가 은혜를 갚을 수 있다고 바랄 수 없습니다. 북한 통치자들에 대한 그러한 선심은 승리자가 패배자에게 베푸는 아량이 아니라 북한의 호전성 앞에 겁먹은 사람들의 분수없는 자기 위안에 불과합니다.

비록 북한정권이 지금은 승산이 없어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지만, 한국의 친북반미 세력이 더욱 강해지고 국제정세가 전쟁에 결정적으로 유리해질 경우 한반도의 평화는 크게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물질적, 정신적으로 대비하지 않고 북한정권의 민족적 양심에 기대를 걸고 현금 등과 같은 경제지원을 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입니다.

-지금 대북정책에서 근본적으로 잘못된 점이 무엇입니까?

북한에 식량원조를 하는 것은 동포애적 견지에서나 통일전략의 견지에서나 옳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김정일 독재정권과 북한 동포들을 분리해서 보지 못하고, 현 남북관계를 철저히 민주주의와 독재간의 모순이라는 입장에서 보지 못하는 데 있습니다.

김정일 정권은 북한 동포들의 원수일 뿐 아니라 남북한 전체 우리 민족의 적입니다. 김정일 독재체제와 북한 동포들을 나누어 보지 않고서는 북한문제도, 민주주의 문제도, 통일문제도 논의할 수 없습니다.

원래 북한정권은 남한을 미국의 식민지로 규정하고 남한정권을 미국의 괴뢰정권으로 보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는 한국정부를 상대로 하지 않는 것을 기본방침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현 남북간 대립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동서간 냉전의 마지막 연장으로 보아야 하며 자유민주주의와 독재간의 모순으로 보아야 합니다. 이 모순은 과거 미소간의 냉전종식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어느 한 체제가 붕괴됨으로써만 해결될 수 있습니다. 북한의 수령절대주의적 군사독재 체제와 남한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그대로 두고서는 절대 남북간의 체제대립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와 독재간의 모순을 해소하고 반독재 투쟁의 일반적 원칙에 따라 북한문제를 해결하는 방도는 무엇입니까?

북한문제의 해결에서는 외교적 방법을 첫째 원칙으로 삼아야 합니다.

우리의 무력은 북한이 무력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견제용입니다. 실제 무력을 쓰지 않고도 무력을 쓰는 비용 절반만 쓴다면 북한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또 내부 와해전략을 통해서도 북한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전략전술에서 적의 강점이 아니라 적의 약점을 때리는 것이 핵심입니다. 김정일 집단의 강점은 군사력이고 약점은 ‘후방’ 즉 열악한 경제와 문화에 있습니다. 무력에 비해 후방이 약하다는 것은 몸은 약한데 손에 든 무기만 크고 무겁다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후방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북한문제 해결에 접근할 수밖에 없습니다.

후방을 약화시키자면 결국 북-중 동맹관계를 약화시켜 중국이 물질적, 외교적으로 지원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여기에 한국과 미국이 사활적인 의의를 가지고 협력해야 합니다.

북한문제 해결에서 미국이 노리는 그 어떤 경제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익이 없습니다. 김정일이 아무리 무모하다 해도 미국을 공격하는 모험을 감행할 수는 없으며, 북한에는 미국이 탐할만한 아무런 자연부원(부존자원)도 없습니다.

북한문제를 해결하는 미국의 목적은 북한을 민주화하는 데 있으며, 이 문제에서 중국과 협조해야 합니다. 북한문제는 오직 미국과 중국간의 협상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미국은 북한의 개혁개방 외에 다른 것은 바라지 않으며, 북한문제를 오직 세계 민주화의 일환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공명정대한 목적을 중국에 제기해야 하고, 중국은 이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인터뷰/ 손광주 편집국장
정리/ 황재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