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친서…美 적극적 의지 표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 3~5일 북한을 방문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친서를 전달한 것은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대북 전문가들은 6일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부시 대통령이 친서를 통해 양국간 신뢰를 재확인하고 북한의 2단계조치 이행과 핵 프로그램 성실신고를 촉구하는 내용이 들어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또 이번 친서가 북미간의 기본적인 신뢰 형성을 보여주는 것일 뿐아니라 핵프로그램 신고를 둘러싸고 주춤거리고 있는 2단계조치 이행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일 위원장이 부시 대통령에게 답장 친서를 보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부시 대통령의 친서에는 ’핵 불능화와 관련해서 약속대로 제대로 해라’, ’북미관계 개선이나 평화체제 구축을 향해 협조해 나가자’는 내용이 들어있을 것이다.

이 시기에 힐 차관보가 북한에 가서 카운터 파트너만 만나도 성과가 있는 것인데 부시 대통령의 친서까지 전달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친서 전달은 핵문제 해결과 적대관계 해소를 위한 부시 대통령의 정책의지를 확인한 것이다.

힐 차관보도 “성과가 있었다”고 얘기했고 북한의 리근 외무성 미국국장도 “만족”이라는 말을 하는 것으로 봐서 북미간 상호 신뢰구축을 할만한 메시지가 들어있을 것이다.

그동안 북한은 미국의 의지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미국이 먼저 ’행동’을 하라고 했고, 미국은 또 북한의 결단을 촉구하면서 서로 밀고당기는 모습이었는데 친서 전달을 계기로 그런 문제가 조금은 완화될 것이다.

현재 핵 불능화 프로세스가 지연되고 있지만 이는 북한의 비협조 때문은 아닌 것 같고 시설 노후, 안전 문제 등 기술적인 문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핵불능화 지연이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미국이 직접 확인했으니 이에 대해 특별히 비난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 보다 신고 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결단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했을 것이다.

힐 차관보가 사흘이나 북한을 방문했으니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친서에 대해 상호주의에 따라 부시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을 것이다. 앞으로 북미관계가 상당히 빠르게 진전될 것인데 이 속도에 우리가 어떻게 따라가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부시 대통령이 친서를 전달했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대단한 중요한 일이다. 이달 말까지 핵문제 관련 시한이 있고 북한은 상응 행동을 미국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능한 한 많은 진전을 만들자는 의도가 있다.

상호 협력을 해서 핵문제에 진전을 내는 것이 모두에 도움이 된다는 공동의 인식이 형성됐다. 결국 북미 간 여러 가지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고 신뢰를 쌓아가자는 것이 기본적인 내용이었을 것이다.

상황 자체가 잘 되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그런 추측이 가능하다. 또 중앙통신이 친서 전달을 보도했다는 자체도 긍정적인 신호로 보인다.

김정일 위원장이 친서를 전달했는 지는 알 수 없지만, 북미 최고지도자 간 친서가 오간다는 것은 북한의 핵실험 후 북미 갈등이 풀려나가는 맥락 속에서 한번 더 문제해결 의지를 확인하는 새로운 계기라는 의미가 있다.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현단계에서 핵심은 ’신고’ 문제인데, 연말까지 완벽한 신고가 되기는 어렵고 불능화도 내년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시점에서 부시 대통령은 포괄적인 수준에서 ’잘 해보자’는 정도의 정치적인 의지를 표현했을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한테 최초로 친서를 보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김 위원장과 부시 대통령 간 상호 부적절한 표현들이 많았는데 부시 대통령이 친서를 보낸 자체는 김 위원장을 공식적으로, 문서로 인정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친서는 또 현재 2단계 이행조치와 관련해 약간 주춤거리고 있는 상황들을 타개하는데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동안 북한이 미국에 확실한 의지와 행동을 보여달라고 요청해온데 대해 부시 대통령이 미국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2단계 이행조치와 관련해 불능화까지는 문제가 안됐는데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플루토늄 량, 기존 핵무기 등 신고와 관련해서 주춤거리고 있는 데 대해 북한이 신속한 신고를 하면 그에 상응한 조치, 즉 테러지원국 제외와 적성국교역법 적용 해제 등을 조기에 집행하겠다는 의지가 친서에 담겨져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종전선언과 관련해서도 북한이 신고와 관련된 부분을 조속히 해낸다면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남북 정상선언 내용을 존중하고 미국도 함께 할 용의가 있다는 의지도 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정일 위원장이 부시 대통령에게 답신을 줬는지는 모르지만 이번 부시의 친서만으로도 북미간 신뢰가 형성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만, 부시 대통령이 친서까지 보냈는데 북한이 신고와 관련해 계속 머뭇거리거나 미국과 또다른 거래를 하려한다면 오히려 국제사회 제재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부시 대통령이 공을 김 위원장에 넘긴 것인 동시에 6자회담에 ’기름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이에 대해 적극적인 화답을 해야 할 것이다. 신고와 관련해 성실한 신고, 객관적으로 외부 세계가 인정할 수 있는 신고를 해야 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