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북핵 거론안해서 놀랬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31일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비민주국가의 하나로만 지칭하고 북핵 문제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부시 대통령은 이란에 대해 핵보유 불용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북한에 대해서는 시리아, 미얀마, 짐바브웨, 이란 등 다른 4개국과 함께 자유가 없는 폭정 국가의 하나로만 열거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밝히거나, 부시 대통령의 ’북핵 무언급’이 ’폭풍에 앞선 고요’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 케네스 퀴노네스 전 미 국무부 북한담당관= 이미 예견됐던대로 부시 대통령은 이번 국정연설에서 이라크, 테러전, 경제적 경쟁력, 사회보장 등과 같은 정치적 이슈에 초점을 맞추고 자신이 강력한 지도자임을 다시 과시했다.

이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이기도록 지원하기 위한 캠페인이 시작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북핵을 거론하지 않은 것은 6자 회담에 대한 그의 좌절감을 반영하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에 경제적 압력을 가하는 것외에는 중국, 한국, 일본이 북한을 다루도록 맡긴 상태이며, 따라서 미국이 유럽 동맹국들로 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이란 핵문제에 집중한 것이다.

북한을 비민주 국가로 거론한 것은 북한 정권의 교체를 바라는 공화당이나 보수주의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의 북핵 불거론은 일단 6자회담에는 청신호이다. 아무말도 하지 않음으로써 아무런 문제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6자회담의 진행 상황을 기다릴 것이나,아무 결과도 없으면 우려할 만한 미래가 있을 것이다.

즉, 중국과 한국을 겨냥해 “당신들 방식으로 해서 안됐으니 이제 내방식으로 할 것”이라고 말하고 이란 핵과 마찬가지로 북핵 문제를 유엔에 회부 할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지만 이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마치 ’폭풍전의 고요’(Quiet before the storm)와도 같이 현재는 조용하지만 해결책이 없을 때는 매우 요란스러울 것이다.
◇ 발비나 황 헤리티지 재단 연구원= 부시 대통령이 이란의 핵문제를 거론하면서 북핵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놀라운 일이다.

왜 지적하지 않았는지 주목할 만한 것이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지는 모르겠다.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서 북핵 문제가 부시 대통령의 관심밖에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6자회담에 좋은 신호인지 나쁜 신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떤 쪽으로든 6자회담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폭정국가의 하나로 지칭한 것은 이를 듣는 사람들에게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부시 대통령은 그것을 말한 것이다.

◇ 돈 오버도퍼 존스 홉킨스대 교수=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폭정을 언급한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이미 취임 연설에서 그러한 말을 했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서는 할 말이 별로 없었을 것이다.

◇ 웨스턴 코니시 맨스필드 재단 연구원= 부시 대통령이 핵 위협과 관련, 북한을 이란과 함께 동급으로 분류하지 않은 것은 주목할 만하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큰 문맥속에서 다른 국가들과 함께 비민주 국가로만 거론함으로써 북한을 일부러 강조하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2002년 ’악의 축’ 발언의 여파를 뒷수습하려 하고 있으며 따라서 북한을 큰 문맥속에 넣은 것이다./워싱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