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안보리 발언’ 어떻게 봐야할까

북핵 상황이 중대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부시 미국 대통령이 6자회담을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하면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가능성을 언급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29일 백악관에서 가진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은 다른국가들이 동의할 경우 북핵문제를 유엔 안보리로 가져갈 것이라며 그러나 6자회담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2.10 핵보유 선언 등 최근 일련의 북핵문제 상황 변화에도 불구하고 별 다른 언급이 없었던 부시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대북 발언을 한 것이다.

특히 시기적으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의 한국, 중국, 일본 방문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일단 6자회담이 현 상황에서 최선이라면서도 유엔 안보리 회부를 가정한 것은 여차하면 압박국면으로 들어가겠다는 고도의 정제된 ‘정지작업’이라는 분석이다.

회담 중단이 10개월을 넘기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먼저 강경책을 제시할 경우 여타 국가들로부터 지지를 얻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여타 회담 참가국들이 기다림에 ‘지쳐’ 안보리 회부를 스스로 들고 나올 수 밖에 없도록 여건을 조성한다는 것.

부시 대통령이 안보리 회부를 말하면서도 ‘다른 국가들이 동의할 경우’라고 단서를 단 부분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하지만 거꾸로 해석하면 한국을 포함한 회담 참가국들의 반대가 있으면 유엔 안보리에는 가지 않겠다는 것이어서 일단은 긍정적인 측면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힐 차관보가 중국과 일본을 거쳐 28일 방한하면서 “6자회담이 여전히 최선의 틀”이며 “향후 여러가지 옵션 중 미국이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는 것은 (현재로서는) 옵션이 아니다”고 못박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되는 부분이다.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작년 대선에서도 그랬듯이 케리 후보의 양자회담 가능성을 일축하며 ‘6자회담 틀’을 강력 지지했기 때문에 국내 비난여론을 의식해서라도 미국 스스로 회담 틀을 깨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다소 긍정적인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위험한 폭군’으로 언급하고 미군 병력을 들먹이며 북한 문제를 처리할 수 있다고 한 부분은 북핵 문제 해결에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회담 복귀 조건 중 하나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 철회와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와중에 이에 대한 해명은 커녕 오히려 대통령 차원에서 ‘폭군’이라며 이를 확인했기 때문에 북한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미군병력을 거론한 것은 현 상황에서는 아니지만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확실해지고 그에 따른 추가조치를 취하거나 확산징후까지 보인다면 군사력 동원도 가능한만큼 북한은 이를 초래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성 문구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여전히 6자회담을 최선의 틀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만 북한이 최악의 상황을 초래한다면 대응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라며 “미국도 인내심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는 징표”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