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현장에 ‘제트 스키’ 타고 출몰하는 북한 단속원들

제트스키는 시속이 평균 80km인데다 수심 30cm 이상이라면 어디든 갈 수 있으므로 기동력이 좋다. 때문에 근처 풀숲에 잠복해 있다 밀거래가 시작되면 제트 스키를 이용해 현장을 덥친다고 한다.

북한에서 개인 밀수 단속에 ‘제트 스키’까지 등장했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20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밀수꾼들 사이에서 중국 대방(무역업자)과 밀수 거래를 위해 바다에서 통화하다 보면 어느 순간 (단속원들이) 쾌속 보트(제트 스키)를 타고 달려온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때문에 북한 밀매업자가 단속·체포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얼마 전엔 황금평(黃金坪) 근처에서 밀거래하던 장소를 제트 스키를 탄 국경경비대가 덮쳤다고 한다. 어느 순간 출몰한 단속원에 북한 밀수업자는 체포됐고, 중국인들은 빈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

소식통은 “우리(북한이나 중국) 배(밀수선)야 속력이 안 나니 도망갈 수 없다”면서 “당시 밀수품이 동물 가죽이나 수산물이라서 문제가 크지 않았지만, 단속원들은 ‘금을 밀수하면 큰 벌을 받을 것’이라는 엄포를 놓았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최근 북한 당국이 밀수 단속에 적극적인 이유로는 일단 중국 당국의 밀수 단속 강화가 꼽힌다. 중국에 먼저 적발되면 체면을 구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자체 검열을 강화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본지는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대북 제재 품목을 가득 싣고 자국으로 향하던 중국 밀수선이 중국 당국에 적발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北서 제재 품목 실은 밀수선 中에 적발…“北 무역회사 발칵”)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는 자국 밀수선은 아니라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밀수수법이 발각됐다는 점에서 민망한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또한 주요 지하자원 등 기타 주요 품목에 대한 밀수를 완벽 장악에 나서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국이 올해 초부터 직접 밀수를 활발히 진행했다는 점을 볼 때 ‘돈이 되는 건 당국이 하겠다’는 내막이 깔려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 밀수업자는 보통 무역회사의 간판을 내걸고 하고 있지만, 당국이 금지하는 일부 품목에서는 이런 ‘보증’도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다. 아울러 통화 이후 얼마 안 돼 단속원이 출몰한다는 점에서 새롭게 도입된 ‘도청장치’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추측도 가능해 보인다.

심지어 북한 당국이 밀수품을 실어다 주는 북한 운반책들에게도 책임을 묻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한다. 배를 빼앗기기도 하고 수천 달러의 뇌물을 줘야 하는 일도 많아졌다는 것이다. 전방위적인 압박이라고 볼 만한 대목이다.

소식통은 “운반책은 중국 대방에 많게는 하루 25~30kg짜리 보따리 수천 개 전해주기도 했었다”면서 “하지만 엄격해진 밀수 단속에 물품이 더디게 전달돼 신뢰가 떨어진 일부 운반책의 경우 거래가 끊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