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정상회담, 새 양국관계 시험대 될 듯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6일 모스크바에서 만나 사실상 첫 정상회담을 갖는다.

지난해 11월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했지만, 당시 당선인 신분이던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지는 못했다.

두 정상은 지난 4월 1일 런던 G20 정상회의에서 처음으로 인사를 나눴다.

하지만, 그때는 G20 정상회의가 매개가 된 것인데다 제3국에서의 만남이었기 때문에 상대국 방문을 통한 실질적인 의미의 정상회담은 양국 정상의 취임 이후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에 `온난 전선’이 형성되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회담 결과에 따라 양국 관계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실 양국은 전 정권에서 이란 핵 문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확대, 동유럽 미사일방어(MD), 코소보 독립, 그루지야 전쟁 등으로 냉전 이후 최악의 관계를 보였다.

그러다가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비난 수위를 낮추고 양국 지도자들이 관계 개선 의지를 천명하면서 급속도로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두 정상은 전임자들보다 더 실용적인 관계를 갖기를 바라고 있고 그런 접근 방식이 이번 회담에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에서는 동유럽 MD 계획, 그루지야 사태, 통상 및 에너지 문제, 이란 핵 문제와 중동 사태, 북한 핵 문제, 전략무기감축협상(START-1) 후속 협정, 금융위기 극복 방안 등 다양한 현안들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에서도 최근 양국 관계 최대 현안인 MD 계획과 현재 진행 중인 START-1 후속 협정이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이며 현재 분위기를 고려할 때 기대 이상의 결과물이 도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최근 “이번 정상회담이 양국 간 대화를 `새로운 단계’로 진입시키기를 바란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회담이 양국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의 스티븐 파이퍼 객원연구원은 1일 리아 노보스티 통신과 인터뷰에서 “지난 런던 회동에서 두 정상이 좋은 출발을 보여줬고 이번 회담은 그것을 더욱 확고히 할 기회다”면서 “관계 개선을 위해 양국이 뭔가 합의를 이뤄낼 것이고 이는 양국 관계를 좀 더 긍정적 방향으로 이끌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하일 마르겔로프 러시아 연방의회(상원) 외교관계 위원회 위원장은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한다. 양국이 많은 공통의 위협과 도전에 직면해 있기에 강한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상대에 대한 어조가 부드러워지고 북한 핵 문제 등 주요 국제현안에서 공감대가 형성되더라도 자국의 이익과 직결된 사안에서는 이견을 좁히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결국 `친구’ 관계로 발전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회의적 의견도 없지 않다.

세르게이 카라가노프 러시아 외교국방정책 위원장은 “몇몇 사안에서 미국 정부의 진정한 정책 변화가 없는 한 완전한 의미의 관계 재설정을 이루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버드 대학의 티모시 콜튼 교수는 “양국이 좀 더 생산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면 우선 2002년 이후 계속된 상호 불신을 없애야 한다”면서 “그 방법의 하나는 양국이 공통의 프로젝트를 찾아서 그것을 신뢰회복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 부시와 블라디미르 푸틴 전 대통령은 임기 8년간 20여 차례나 만났지만, 결과적으로 양국 관계는 좋지 못했다. 역시 만난 횟수보다는 그 내용과 질(質)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막 가까워진 40대의 젊은 두 지도자가 이전 정권처럼 서로 글로벌 리더가 되려는 팽팽한 기(氣) 싸움을 벌일지, 아니면 진정한 친구로 거듭날지 세계의 관심이 벌써 모스크바로 쏠리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