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북핵신고 검증완료前 일부 제재해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17일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내역을 검증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미국은 검증이 끝나기 전에 대북제재 가운데 일부를 해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스 장관은 이날 국무부에서 북핵문제를 비롯한 국제현안과 관련 기자회견을 가진 자리에서 북핵 6자회담이 그동안 진전이 있어왔지만 조심스럽고 의심스러운 부분이 남아 있다고 현 상황을 평가했다.

그러면서 라이스 장관은 “북한이 실질적으로 그들의 의무를 이행한다면 미국은 대북제재 가운데 일부를 해제할 것”이라고 말해 북한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테러지원국 명단삭제 및 적성국 교역금지법 적용 해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과 북한은 앞서 6자회담 `2.13합의’와 `10.3 공동선언’에서 북한이 모든 핵프로그램을 신고하면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및 적성국 교역금지법 적용해제 절차에 착수키로 합의한 바 있다.

라이스 장관은 그러나 미국이 북한에 대해 취하고 있는 제재조치들이 많이 있어서 일부 제재해제 조치를 취하더라도 다자, 양자 차원의 다양한 제재조항들이 남아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스 장관은 특히 북핵 검증이 완료되기 전에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등 북한이 원하는 제재해제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검증은 시간이 좀 걸리며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우리가 적절한 검증수단을 갖고 있느냐는 것”이라고 밝혀, 검증 완료전 일부 제재 해제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양측이 각자의 의무를 이행, 북핵 2단계를 끝낼 필요가 있다”면서 “하지만 아직 그 과정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북핵 신고문제와 관련, 라이스 장관은 “북한은 모든 핵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면서 “모든 핵프로그램에는 플루토늄 핵프로그램과 우라늄농축 핵프로그램 뿐만아니라 핵확산 활동도 포함돼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이 세 가지 문제는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밝혀 플루토늄 핵프로그램과 우라늄농축프로그램 및 핵확산 문제를 분리.대처할 것임을 암시했다.

라이스 장관은 “이런 것들은 복잡한 프로그램이고, 북한은 불투명한 사회이기 때문에 검증이 완전히 이뤄지기 위해선 심지어 2단계 국면을 지나가면서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내역을 “의회에 브리핑하겠다”면서도 “이것은 외교적인 문제이며, 외교에 있어서 모든 게 공개되는 게 아니다”라고 언급, 북한이 제시하는 핵신고 내역 가운데 일부는 비공개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라이스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핵 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인 김 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7일 “북핵 문제가 중간매듭을 어떻게 짓느냐는 단계에 와 있으며 현재 중대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면서 “4개월간 지체됐던 핵 신고 문제 타결과 핵폐기 협상의 진입 기로에 있다”고 밝힌 시점에 나와 주목된다.

김 본부장은 또 “6자회담 참가국간 외교채널을 통한 논의가 지속중”이라면서 “이런 논의가 원만히 마무리돼 신고서가 제출되는대로 6자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추진하고자 하며 참가국 모두 이에 동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