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北 개방문제도 해결해야”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15일 “(북한 핵의) 완전 폐기를 위해 `스텝 바이 스텝'(점진적)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이날 국무부에서 미국을 방문중인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를 면담한 자리에서 “6자 회담의 첫 단추는 잘 꿰게 된 것 같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배석한 한선교(韓善敎) 의원이 전했다.

라이스 장관은 또 “과거에 보면 북한이 혜택은 받고 약속은 지키지 않는 경우가 있어 왔지만, 이번에는 과거와 같은 실패는 있어서는 안 되겠다”면서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핵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을 구하기 위해 개방을 시키는 문제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한미공조가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시대에 따라 동맹관계도 변해 가겠지만 변해가면서 성숙해갈 것이다. 갈등도 있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시작전권 이양 문제와 관련해선 “미국과 한국이 앞으로 많은 협의를 거쳐 해결해 나가야할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군사력과 리더십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적절한 시기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북핵은 완전 폐기돼야만 한다”면서 “미국이 끝까지 완전 폐기 실현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부탁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는 또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북한과) 전면적 교류나 평화 정착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지금은 핵문제 해결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하고, 미국과의 신뢰 속에 공조가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6자회담이 다자안보협약과 같이 발전해 나간다면 동북아 평화정착에 매우 큰 힘이 될 것”이라면서 “한국에서 이런 저런 반미와 같은 저항도 있지만, 절대 다수의 국민은 한미동맹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작권 문제와 관련해선 “군사전문가나 대다수 국민이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고, 날짜를 박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점”이라며 “한국과 미국의 생각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장관께서 많은 숙고를 해 줬으면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미국 국무장관과 야당 대선주자의 이례적 면담이라는 점 뿐 아니라 양국을 대표하는 여성 지도자의 회동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 이날 면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30분 가량 진행됐다.

박 전 대표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라이스 장관이 선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으며, 지난해 지방선거 유세도중 발생한 `피습사건’ 당시 라이스 장관이 위로편지를 보내 준 것에 대해서도 사의를 표했다.

라이스 장관은 이에 대해 “위급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행동하는 것을 보고 굉장히 용감한 여성이라고 느껴졌다”고 화답하며 “평소부터 박 전 대표를 존경해 왔다”, “대선출마에 행운을 빈다”는 등 덕담을 건넸다.

앞서 박 전 대표는 이날 회동에도 배석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별도 면담을 갖고 북핵 문제 등 현안을 논의했다.

또 박 전 대표가 숙소인 윌러드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가진 행정부 및 상.하원 한반도 전문가들과 의 오찬에는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차관보, 빅터 차 국가안보보장회의 동아시아담당 보좌관, 제프 바론 상원외교위원장 외교안보담당 수석보좌관 등이 참석해 한국의 유력 차기 대선주자의 대미관과 정치식견 등에 관해 깊은 관심을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오찬에서 “마음과 낙하산의 공통점이 뭔지 아느냐”면서 “열려야만 작동하고, 제 때 열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로서, 여러분과 마음을 열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미 하원 종군위안부 청문회에 참석, 증언을 30분 가량 진지하게 경청했으며 “평생 마음에 얼마나 큰 응어리와 한을 안고 사셨겠는가. 청문회가 그 한이 조금이나마 풀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