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만나러 5년만에 먼 여행 합니다”

“동생에게 건강한 모습을 보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추석 이산가족 상봉단에 포함된 노오영(85.전남 해남군 현산면)씨에게는 이번 금강산행이 5년여만의 `장거리 여행’이다.

고령으로 오래 앉아 있기도 불편할 만큼 허리가 성치 않은 노씨에게는 그동안 마당 주변을 산책하는 것이 운동의 전부였다.

노씨는 6.25 전쟁 직전 집을 나가고 나서 연락이 끊겨 죽은 줄만 알았던 동생 로헌영(82)씨를 만나려고 부인, 아들 부부와 함께 상봉 길에 오른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약을 빼먹지 않고 먹는 것밖에 없지만, 노씨는 부쩍 몸 관리에 신경 쓴다.

상봉단에 포함되지 못해 다음 차수를 기약만 하다 이산가족 상봉이 중단돼 실망도 컸기에 이번 기회가 아니면 다시 못 볼지 모르는 동생에게 건강한 모습을 보이고 싶기 때문이다.

노씨 가족도 할아버지, 할머니, 손주 등 사진과 영양제, 손목시계 등 노씨의 손에 쥐어줄 선물을 고르느라 덩달아 들떠 있다.

노씨의 아들 병암(44)씨는 22일 “걷는 게 불편하고 귀도 어두워진 아버지가 `안 죽고 살아 있어서 만나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라며 기대에 부풀어 있는 모습을 보니 상봉이 매우 기다려진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