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대에서 ‘북핵 5자’ 공방

일본 도쿄대학에서 북핵과 한반도 문제를 놓고 ’5자회담’이 23일 벌어졌다.

북한을 제외한 북핵 6자회담 참가국의 일본 주재 대사와 공사 등이 이날 도쿄대 주최로 야스다 강당에서 열린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초청 강연에 이어 ’한반도 공존과 동북아시아 지역협력’이라는 주제를 놓고 공방을 주고받았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틀이 6자회담이라는 데는 의견이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른바 ’동아시아공동체’ 구축방안과 그 전제인 과거사 해결 등을 놓고 인식이 엇갈렸다.

라종일 주일 한국대사는 “동아시아는 과거사를 놓고 같은 견해를 나누지 못했으며 공통의 정치ㆍ도덕ㆍ이데올로기의 원칙을 공유하지 못했다”며 “같은 시각을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마이클 W 머럭 주일 미국대사관 수석공사는 “북한은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난센스”라며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북한을 주권국가라고 했듯이 우리는 북한이 6자회담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으로의 핵 확산은 동북아시아 등의 평화를 위협할 것”이라며 “북한은 핵을 단념하고 미사일과 납치, 테러 문제 등을 정상화하지 않으면 고립이 깊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일본 외무성 심의관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동아시아 공동체를 언급했으나 현재 동북아시아는 이를 위한 동질의 가치를 갖고 있지 못하다”며 “일본의 ’역사인식’이 도마에 오르지만 일본 사회에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것이 이해돼야 하며 일본 정부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전후 평화를 추구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서는 미국과 일본이 가치와 목적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ㆍ일 동맹이야말로 이 지역 안정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서는 “그것이 이익이 크다고 보기 때문에 추진하는 전략적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청용화(程永華) 주일 중국대사관 공사는 “중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입장”이라며 “대화를 통해 6자회담을 지켜내야 하며 중국도 한반도의 안정을 위해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주일 러시아대사는 “6자회담은 북한이 존속하고 국제원조를 받을 수 있는 기회”라며 “북한은 6자회담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국제사회가 공동대처하지 않을 수 없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는 물론 다양한 인도적 지원의 채널이 막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의 이날 강연은 도이 다카코 일본 사민당 당수를 비롯한 정계와 언론계, 학계,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1천500여명이 참석, 열띤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TBS의 유명앵커 쓰쿠씨 테쓰야씨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김 전 대통령은 강연 후 4명의 질문에 답했다.

김정일(金正日)체제의 민주화를 위해 외부압박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전 대통령은 “압력과 폭력은 찬성할 수 없으며 남북간 엄청난 무력대결을 초래, 민족공멸을 초래할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또 대통령 재임시 문화개방의 철학을 질문받고 “문화개방이 지금의 한류를 가져왔으며 한류는 한국과 일본 양국 공동 문화협력의 성과”라고 답했다.

통일방안에 대해서는 “민족자주와 4대 강국의 협력을 받아 이룰 수 있다”며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모두의 협력이 중요하며 한나라에 의존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도쿄대 첫 재일교포 교수인 강상중 교수가 마련한 이날 김 전 대통령의 도쿄대 강연은 외국의 전ㆍ현직 국가원수로는 처음이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