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농업협력ㆍ취약층지원 본격화 예고

통일부의 28일 대통령 업무보고는 남북 대화 재개에 노력하는 동시에 향후 농업분야 남북협력의 청사진을 마련하고 북한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체계화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가운데 농업협력 종합방안 수립은 그 동안 민간 중심으로 단편적인 차원에서 이뤄지던 농업지원이 정부의 밑그림을 토대로 종합적이고 체계화되는 계기가 되고 국제기구내 대북 신탁기금 설치 추진은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6자회담은 물론 작년 7월 이후 사실상 중단된 남북 당국 간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병행 추진하겠다는 종전 입장도 재확인했다.

특히 상호존중과 약속이행의 관행을 확립, 원칙과 신뢰가 지켜지는 건강한 남북관계를 지향하겠다고 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독일 방문 때 “남북관계에서도 쓴소리를 하고 얼굴 붉힐 때는 붉혀야 한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남북 농업협력 종합방안 마련= 통일부는 이날 “남북관계 상황과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농업분야 남북협력을 위한 종합적인 방안을 수립,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보고, 대북 농업협력에 새 변화를 예고했다.

이는 일단 북한이 1990년대 중후반 이후 자연재해로 농업기반이 파괴된 이후 최근 4년 간 곡물생산이 점진적으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식량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올해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농업을 주공(主攻)전선으로 정하고 농업 부문에 총동원령을 내린 상황도 고려됐다.

세부안이 입안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종합방안 추진은 복합적 의미를 갖는다.

정부가 비료와 식량 등 인도주의적 지원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는 북한 스스로 농업부문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개발지원 형태로 지원방식을 전환할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일부가 북한에서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국제농업개발기금(IFAD)의 경험과 노하우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점에 비춰 특정 프로젝트 단위로 지원이 성사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런 흐름은 통일부가 올해 북측 삼일포협동농장(500ha) 및 금강산관광특구지역 내 협동농장(200ha)을 대상으로 북측과 공동영농사업을 추진하는 남측 통일농수산사업단에 20억원을 무상지원키로 결정한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런 프로젝트는 북한 농업개혁의 시발점인 협동농장에서 이뤄지는 영농협력 시도인 데다 물적, 기술적, 인적 교류가 동시에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중장기적으로 식량난 완화는 물론 농업 분야 구조개혁까지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형식의 협력은 정부가 주체가 돼 전면에 나서기 보다는, 민간이 중심이 되고 정부는 전체적인 조정과 지원을 하는 식으로 역할 분담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국제기구에 대북 신탁기금 추진= 통일부는 북한 영유아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에 민간-정부-국제기구 등 3자가 역할을 나눠 공동협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영유아층을 대상으로 삼은 것은 이들이 취약계층 중에서도 특히 열악한 상황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유니세프(UNICEF)와 세계식량계획(WFP)이 최근 발표한 북한 영양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영양불량 및 발육저하 아동의 비율이 37%, 체중미달도 23%였다.

이들에 대한 지원분야로는 영양개선과 질병관리, 건강관리 등 3개로 잡았다.

통일부는 이를 위해 세계보건기구(WHO), 유니세프, 국제백신연구소(IVI) 등 국제기구 안에 신탁기금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기금의 규모나 시행시기 등 세부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신탁기금 설치는 주로 프로젝트 단위로 이뤄지는 만큼 금액도 적게는 수만 달러에서 많게는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탁기금을 설치할 경우 해당 국제기구는 물론 우리가 지정하는 전문가도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게될 전망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현재 비정부기구(NGO) 등과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협의 중”이라면서 “신탁기금을 이용하면 보다 체계적인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