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군비통제’ 협의추진 의미는

통일부가 올해 업무계획에서 남북 군사 당국 간 대화의 정례화를 통해 `군비통제’의 토대를 마련키로 한 것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 군사대화 채널을 활용해 군사적 긴장완화 및 신뢰구축 조치를 위한 논의에 들어갈 경우 6자회담에서 합의한 당사국 간 평화체제 포럼의 가동과 함께 평화체제를 겨냥한 두 가지 트랙을 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군비통제 언급의 의미= 통일부가 연두 업무계획 보고에서 군비통제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평화체제를 위해서는 정전협정 당사자를 포함한 다자 간 협의도 중요하지만 `기술적 전쟁 상태’에 있는 남북이 대화를 통해 기초작업을 병행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평화체제포럼과 남북대화로 굴러갈 양대 트랙이 상호 작용을 주고받으며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통일부의 이런 입장은 1992년 발표한 남북기본합의서가 제1장 4조에서 평화상태로 전환시키기 위한 공동 노력을, 제2장에서는 남북불가침을 위한 내용을 각각 명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좁게 보면 작년 3월 제3차 남북장성급회담에서 북측이 서해상 무력충돌을 막기 위해서는 서해상 군사분계선 확정문제를 우선 협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기한 것에 대해 우리측이 대응한 논리와도 맞닿아 있다.

당시 우리측은 해상 북방한계선(NLL) 문제는 남북 국방장관회담을 열어 남북기본합의서상 군사분야의 다른 합의와 함께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 핫라인 개설과 군비통제 = 올해 업무계획상 추진계획을 보면 남북 국방장관회담과 장성급회담을 정례화하고 남북기본합의서 제2장을 구체화한 `불가침 부속합의서’ 내용 중 쉬운 것부터 우선 이행하는 것으로 돼 있다.

쉬운 것부터 먼저 추진한다는 것은 단계적 이행을 의미한다.

1992년 9월 17일 발효한 불가침 부속서는 ▲무력불사용 ▲분쟁의 평화적 해결 및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 ▲불가침 경계선 및 구역 ▲군사직통전화 설치.운영 ▲남북군사공동위원회 운영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가운데 무력불사용에는 일체의 무력도발 금지와 모의 공격 금지가 들어 있고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확정될 때까지 현행 관할구역으로 하되 계속 협의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 가운데 통일부가 업무계획을 통해 북측과 협의할 내용으로 거론한 것은 ▲군사직통전화 설치.운영 ▲군 인사 교류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조치 등 긴장완화에 필요한 공동의 절차와 제도적 장치 마련 ▲군사력 운용 통제 및 상호검증 등 군비통제의 토대 마련 등이다.

여기서 말한 직통전화는 우리측 국방장관과 북측 인민무력부장 사이의 핫라인을 의미한다.

긴장완화용 절차와 제도적 장치로는 국제상선공통망 주파수 변경 및 남북 서해함대사 간 직통전화 설치 등 서해상 우발충돌방지 방안과 1992년 합의한 남북군사공동위원회 운영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관심사가 되고 있는 군비통제 부분은 대량살상무기와 공격능력의 제거를 포함한 단계적 군축 실현 문제와 검증 문제를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대규모 부대이동과 군사연습의 통보 및 통제 문제도 포함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제 남북 군사 당국 간에 논의가 진전될 경우 엄청난 정치.군사적 파장을 몰고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통일부는 업무계획에서 NLL을 둘러싼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평화적 이용방안으로 NLL 해역에서의 바다목장 조성, 평화공원 조성, 금강산.설악산 연계관광, 비무장지대내 경제공동구역 및 평화시(市) 건설 등을 중장기 과제로 연구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NLL 해역 내 바다목장의 경우 이미 남북이 서해상 수산협력에 합의한 만큼 다른 과제에 비해 빨리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통일부의 이런 군사적 긴장완화 및 신뢰구축 방안은 전체적인 평화체제 로드맵에 반영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들 과제의 실천 여부는 실제 남북 국방장관회담이 7년만에 성사될지와 성사되더라도 북측이 어느 정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아울러 군비통제가 갖는 무게를 감안할 때 남북정상회담이 열려야 제대로 논의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당장은 27일부터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장관급회담에서 평화체제에 대한 협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국방장관회담 등 군사당국간 회담에 합의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