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방송 “美, 북핵 신고 앞두고 인권문제 비켜가”

미국 의회가 유엔개발계획(UNDP)의 대북사업 청문회를 돌연 연기하는 등 미국이 북한의 핵 신고를 앞두고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3일 미 상원 국토안보위원회 산하 상설조사 소위원회가 이날 열기로 했던 UNDP의 대북사업 의혹관련 청문회를 내년 1월 중순으로 연기했다면서 “의회 관계자는 청문회에 참석할 증인들의 일정이 바빠 연기했다고 설명했지만, 의회 주변에서는 핵 신고를 앞둔 북한을 배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고 전했다.

RFA에 따르면 미 의회 사정에 밝은 한 민간단체 관계자는 “청문회가 열리면 UNDP의 대북 지원금이 북한의 핵개발 자금으로 유용됐다는 의혹 등이 제기될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현재 진행중인 6자회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의회 지도부가 우려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미 하원도 UNDP의 대북 지원사업 전반에 관해 청문회를 추진하려다 비슷한 이유로 중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 의회조사국(CRS)의 래리 닉쉬 박사는 민주당이 다수인 미국 의회는 부시 대통령이 추진해온 대북 핵협상을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라며 “하원의 경우 부시 행정부의 대북 핵협상을 일부 의원이 비난하고 있긴 하지만 아주 소수에 불과하고, 상원의 경우는 공개적으로 이(핵 협상)를 비난하는 의원은 없다”고 전했다.

워싱턴에 사무실을 둔 북한인권위원회의 피터 벡 사무총장도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인터뷰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이 11일 북한을 이란, 시리아, 쿠바, 수단 등과 함께 인권탄압국으로 지목한 것은 “북한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당연한 말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과 핵 협상을 손상시키지 않으려는 현 분위기 속에서 부시 대통령이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다시 찾은 것은 좋은 일”이지만, “북핵 협상의 민감성을 감안해 미 행정부가 지난 몇달간 북한 인권문제를 일부러 제기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행정부가 제이 레프코위츠 북한인권특사에게도 ‘목소리를 낮추라’는 지시를 내렸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벡 사무총장은 “앞으로 북핵 협상이 진전을 이루면 북한 인권문제도 진전을 보일 것”이라며 “북한 인권문제를 6자회담에서 제기하는 방안이 부시 행정부 내에서 계속 논의되고 있다는 말을 미 국무부 관리들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북한의 핵 활동 신고 문제가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초점이 여기에 맞춰져 있지만 북한의 신고가 명확해지면 인권문제와 같은 다른 현안도 제기될 것”으로 내다봤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