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필, 2월26일 평양공연 확정 발표

미국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내년 2월26일 평양에서 공연을 갖는다고 11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뉴욕필은 이날 뉴욕 맨해튼 링컨센터 내 에이버리 피셔홀에서 폴 구엔더 회장과 자린 메타 사장, 박길연 유엔주재 북한 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 및 한국 공연 일정을 공개하면서 “이번 공연이 새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박길연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참석했으나. 당초 기자회견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던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다른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 뉴욕필은 발표문에서 이번 평양 방문은 25일부터 27일까지 48시간 이뤄지며 동평양 대극장에서의 1차례 본공연 외에 공개 리허설과 음악도들을 단원들이 지도하는 음악교실도 가질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28일에는 서울에서도 공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욕필은 평양공연에서는 미국과 북한의 국가 및 거쉬인의 ‘파리의 미국인’,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 등을 연주하고, 한국 공연에서는 베토벤 교향곡 5번 등을 연주할 계획이다. 중국 베이징에서 평양을 방문한 뒤 서해를 거쳐 서울을 방문하는 뉴욕필의 이번 한반도 공연에는 아시아나항공이 전세 비행기를 제공한다.

박길연 대사는 “뉴욕필 평양공연을 전적으로 환영한다”며 이번 공연이 양국 음악인과 국민들의 우호와 이해를 증진시키고, 궁극적으로 양국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박 대사는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번 뉴욕필 초청을 결정했는지, 공연에 참석할지를 묻는 질문에는 “대답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고, 다만 북한 문화성 초청으로 이번 공연이 이뤄지게 됐다고 말했다.

자린 메타 뉴욕필 사장은 평양공연에서 미국과 북한 국가를 연주할 예정이라고 설명한 뒤 “이번 공연은 사람들을 한데 묶는 음악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남북한 동시 공연이 우리 국가들의 국민들에게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데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이번 한반도 공연의 의미를 강조했다.

메타 사장은 “지난 8월 북한 정부로부터 공연 초청을 받았다”며 국무부와 코리아소사이어티의 지원으로 평양 공연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통해 평양 공연을 결정했다고 소개하고 “한국 공연이 이뤄진 것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뉴욕필의 한국인 단원들은 처음부터 이번 공연을 환영했다면서 이번 공연을 통해 북한 인권문제도 개선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폴 구엔더 회장은 “역사적인 1959년 구 소련 공연에서부터 2월 남북한 공연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희망은 뉴욕필의 음악이 긍정적 변화를 위한 촉매제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이라며 뉴욕필이 1920년 첫번째 국제 순회공연을 시작한 이후로 5대륙 58개국 820개 도시에서 예술 공연을 했지만 2월의 한반도 공연은 매우 특별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로린 마젤 지휘자는 “뉴욕필을 이끌고 평양에서 공연할 수 있는 기회를 큰 열망을 갖고 기다리고 있다”며 “평생 함께살아 온 음악의 뛰어난 아름다움이 청중들에게 전달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면서 “평양 방문이 훌륭한 음악을 선사하는 것 뿐 아니라 뉴욕필이 뉴욕으로 돌아온 뒤에도 계속 우호관계가 증진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뉴욕필은 이와 함께 톰 랜토스 하원 외교위원장이 지난 7일 메타 사장에서 보낸 서한을 통해 “뉴욕필의 이번 평양공연을 강력하게 지지한다”며 “이번 공연은 북한이 행동을 변화함으로써 더 많은 이득을 얻고 국제사회에 다시 합류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한국과 일본, 미국 기자는 물론 영국, 스페인, 중국 등 세계 각국 취재진이 100여명 넘게 몰려 뉴욕필의 평양공연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도를 보여줬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