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건설장 동원 모자라 누에고치 생산까지…고달픈 여맹원들

북한 황해북도 황주고치생산사업소의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전업주부 조직인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원들을 농촌과 건설장 등에 동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누에고치 생산 과제까지 내려 상당한 불만을 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6일 데일리NK에 “이달 초부터 누에고치 생산에 들어가 9월 말 생산한 누에고치를 한 여맹원당 1kg씩 바쳐야 하는 과제가 떨어졌다”며 “이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여맹원들이 누에고치 생산을 다그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해마다 9월이면 여맹원들이 생산한 누에고치를 조직에 바쳐야 하는데 올해 여맹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과 농촌지원까지 겹쳐 예년보다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함경북도 회령시와 새별·온성군에서는 여맹원들에게 누에고치 생산 과제가 개별적 도급제로 할당됐고, 이에 가뜩이나 코로나로 인해 경제난을 겪고 있는 여맹원들은 뽕누에를 키우면서 각종 사회적 동원까지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여맹은 해마다 뽕밭을 자체로 확보·조성하라는 요구에 따라 뽕누에알을 여맹원들에게 나눠주고 누에고치를 생산하도록 하고 있다”며 “다만 가정의 먹거리를 책임진 여성들이 뽕나무를 심고 관리하면서 살아간다는 게 실로 어려운 일이라 뽕밭 확보·조성은 어려운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여맹원들에게 부과되는 누에고치 생산 과제는 감히 거부할 수 없는 국가적인 과제라 누에를 돌볼 수 없는 형편에 있는 일부 여맹원들은 다른 이들에게 삯을 주고 대신 누에를 기르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장사하거나 잘 사는 여맹원들은 이 국가적 과제가 너무 시끄러워(귀찮아) 어렵게 지내는 이들에게 누에고치 상자를 맡겨 대신 생산하도록 하고, 그에 따른 노력을 돈으로 지불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여맹원들은 농촌지원과 시내 건설 등 각종 동원에 시달리면서 누에고치를 생산할 데 대한 과제까지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 고달프다며 드러내놓고 불만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맹원들은 “이 살아가기 바쁜 시국에 손질이 많이 가고 무더위와 습기에 자칫하면 죽을 수 있는 누에를 어떻게 사람이 자는 집안에서 기르느냐”면서 “이 나라에서 여자들은 죽을 때까지 생고생하는 팔자를 타고 태어났다”고 신세를 한탄하는 말까지 내뱉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한편 소식통은 “여맹원들은 누에 먹이를 구하려고 여기저기 돌다가 밤에 농장 뽕밭까지 침투해 도적질에까지 나서고 있다”며 현지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