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수석대표 `항로 비유’

제4차 북핵 6자회담이 26일 오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공식 개막식을 갖고 전날에 이어 다양한 규모와 수준의 양자접촉을 이어갔다.

이날 오전 9시에 댜오위타이 팡페이위안(芳菲苑)에서 공식 개막한 4차 6자회담장에서 각국 수석대표들은 북핵 해결의 과정을 ‘항로’에 비유해 눈길을 끌었다.

맨 먼저 인사말을 한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모든 참가국들이 협력과 이해의 정신에 따라 머리를 짜낸다면 긴 항해를 하기 위해 첫 운항을 시작한 우리의 이 배가 암초에 부딪히지 않고 최종적으로는 비핵화라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6개국을 비핵화를 목적지로 해 첫 발을 내디딘 배로 표현했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도 “‘어느 항구로 가고 있는 지를 알지 못하는 항해사에게는 아무리 순풍이 불어도 소용이 없다’는 말이 있다”며 고대 로마 철학자인 세네카의 경구를 인용해 눈길을 끌었다.

송 차관보는 “우리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이를 달성하겠다는 확고한 결의와 신뢰를 모아가야 한다”며 “그래야 우리가 타고 있는 배가 한반도 비핵화이자 동북아는 물론 세계 안정과 평화로 향하는 길인 항구에 닻을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계관 부상의 비유를 염두에 둔 듯 “북측 대표가 설명했듯이 이번 회담에서 우리 모두가 6자회담이 지향하는 항구를 다시 한 번 분명히 하고 그 곳에 도달하기 위한 항로에 대해 충분히 협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송 차관보의 발언을 경청하던 힐 차관보는 그가 차관보에 내정돼 6자회담 수석대표로 임명된 직후 송 차관보로 부터 같은 얘기를 들은 바가 있어서 인지 그 얘기를 듣자마자 미소를 지어보였다.

특히 김계관 부상도 송 차관보의 비유 설명시 고개를 끄덕였다.
항로에 비유하지는 않았지만 리자오싱 외교부장도 이날 개막식 환영사를 통해 ‘世上無難事, 只파<拍에서 손수변대신 심변>有心人’(세상무난사 지파유심인, 세상에서 어려운 일은 없다. 단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이라는 중국 고사를 인용하며 회담타결에 대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리 부장은 “밥을 한 술 한 술 먹다보면 언젠가는 배가 불러지고 길은 한 걸음씩 걷다보면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달하고 언덕을 하나씩 오르다보면 언젠가는 산에 오를 수 있다”고 뜻풀이 까지 했다.

앞서 회담 개막식이 열린 댜오위타이 팡페이위엔 주변은 회담 참가국 주요인사들이 한꺼번에 모여서인지 아침 일찍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중국 당국은 한정된 각국 취재진들의 댜오위타이 입장에서부터 철저한 신분확인과 소지품 검사를 실시하고 팡페이위엔 내에서도 취재라인을 설정해놓기도 했다.

오전 9시 개막을 앞두고 우리 대표단이 가장 먼저 회담장에 도착했으며, 이어 중국, 미국, 러시아, 미국, 일본이 차례로 회담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100명이 넘는 각국 대표들이 회담장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있는 동안 6명의 수석대표들은 맞은편 대기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고, 그 짧은 시간에도 한미 수석대표인 송 차관보와 힐 차관보는 대기실 문앞에서 1∼2분 가량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개막식이 시작되자 리자오싱 외교부장의 사회에 따라 그의 환영사를 시작으로 북한, 일본, 한국, 러시아, 미국 순으로 각각 5분 정도씩 인사말이 이어졌다.

회담 테이블은 우리를 중심으로 해 시계방향으로 러시아, 미국, 북한, 일본, 중국 순으로 6각형으로 배치됐다.

특히 한미 수석대표의 인사말이 끝나자 고개를 끄덕이던 김계관 북한 수석대표는 일본 수석대표인 사사에 겐이치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발언하는 내내 시선을 주지 않아 대조를 이뤘다.

한편 회담이 이날 공식 개막했지만 양자접촉을 기점으로 하면 사실상 이날은 4차 6자회담 ‘사흘째’다.

우리 대표단을 비롯한 대부분의 참가국들은 여타 5개국과 한 차례씩 양자접촉을 가져 ‘탐색전’ 1라운드를 마쳤으며 특히 우리와 미국은 이날 두번째 접촉을 가져 2라운드에 돌입했으나, 일본은 납치문제 등을 거론한데 대한 반발로 북한이 만나주지 않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북한도 일본과 접촉을 못해 한바퀴를 돌지는 못했지만 회담 핵심국가인 우리와 미국 등이 계속해서 양자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 일본과는 다른 상황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