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과 한중관계의 과제

최근 전폭적으로 합의된 4월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으로 인해 이 과정에서 소외된 주변국들이 당황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이른바 ‘라오카이(绕开)中国’ 즉 ‘차이나 패싱’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물론 중국 외교부가 발표한 중국의 공식 입장은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환영(歡迎)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관영매체는 ‘놀랐다(吃惊)’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반응의 이면에는 중국이 느끼는 불만과 불안이 숨어 있다.

중국은 북·중관계 악화를 감수하면서까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했지만, 결과는 ‘차이나 패싱’으로 돌아왔다고 인식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 정책과 한국의 ‘운전자’론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을 당혹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둘째, 중국은 북한이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방북(2017.11.17)한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보다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방북(2018.3.5)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일행을 더 환대한 것을 불쾌해 하고 있다. 셋째, 북한 김정은이 시진핑 주석을 만나기 전에 한국과 미국 대통령을 먼저 만나는 것에 대해 중국 일각에서 남·북 및 북·미 간 담판으로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이 약화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북한 김정은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재개를 이해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은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북한의 핵실험이 쌍잠정(雙暫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 왔다. 이러한 입장의 이면에는 한·미 연합군사 훈련의 축소 및 중단이 북한 비핵화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 구도에서 중국의 군사적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계산이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김정은의 한·미 연합군사훈련 이해 표시로 이러한 전략적 의도가 차질을 빚게 되었다.

중국은 미국이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전략적 견제를 위해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변해 왔다. 그런데 현재 중국은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중국견제 의도를 ‘협상의 지렛대(leverage)’로 활용할 가능성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다시 말해서, 북한이 중국의 이익에 반하는 ‘주한미군 용인’ 카드를 미국에 내어주고, 반대급부를 챙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크게 감소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미동맹의 중국 견제 기능을 약화시키려는 중국의 의도도 실현되기 어렵게 될 것이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 중국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하여 한국과 전략대화의 수준과 빈도를 높이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중국 내에서 ‘차이나 패싱’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19차 당대회 이후 권력이 더욱 공고화된 시진핑 주석이 향후 한반도 문제에서 주도권을 잡으려고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북한이 의도적으로 중국을 무시하고 있는 한, 북·중 관계의 회복은 쉽지 않다. 이럴수록 중국은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고 있는 한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더욱 중시하게 될 것이다. 중국 최대 정치행사 중 하나인 양회가 개최되는 기간에 시진핑 주석이 정의용 청와대 안보 실장을 면담한 것이 이를 방증해준다.

우리는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면서,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추동해내야 한다. 특히,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북한 비핵화 및 평화 체제 로드맵을 구체화하기 위해 중국과 ‘쌍궤병행’(雙軌竝行:비핵화와 평화협정 동시 진행) 구성 요건 및 절차에 대한 인식의 교집합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관련하여 앞서 언급한 시진핑 주석과 정의용 실장의 면담에서 중국 측이 “쌍궤병행 구상과 각국의 유익한 견해를 결합해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추진하자”고 언급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통해 한·중 관계를 한층 더 회복시켜야 할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경제보복을 아직 완전히 철회하고 있지 않다. 한·중 관계가 전면적으로 회복되지 않는 한, 양국이 진솔하게 한반도 문제를 협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 전략적 소통 시 한국은 중국에게 ‘차이나 패싱’ 우려를 불식시키는 첫 번째 단초가 한·중 간 신뢰와 신의의 회복이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이달 19일에는 양제츠(楊潔篪) 외교담당 국무위원의 방한이 예정되어 있다. 양제츠 국무위원과 한국 고위층 인사와의 회담이 ‘쌍궤병행’ 논의를 구체적으로 전개하는 시발점이 됨과 동시에 한·중 관계가 전면적으로 복원시킬 수 있는 중요한 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