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당국간 접촉 단절 속 민간교류 지속

새 정부 들어 남북 당국이 이렇다할 접촉도 갖지 않으며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민간 차원의 남북교류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주목된다.

25일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이명박 정부가 공식 출범한 이후 지난 24일까지 민간분야 경협사업을 목적으로 69건에 607명이 방북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문화 분야에서도 한달 간 만월대 남북공동발굴 협의를 위한 남북역사학자협의회 등 모두 24건에 109명이 방북승인됐다.

민간단체의 대북지원 사업도 꾸준히 진행돼 이번 주에만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국수공장 현장 모니터링)와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종합병원 건립협의) 등 여러 단체들이 방북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 출범 후 한달 넘게 당국 간 접촉이나 회담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남북 화물열차 운행과 남북 경공업 및 지하자원개발 협력사업 등은 지속되고 있지만 새 정부 들어 당국 간 접촉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당초 이달 중순 베이징 올림픽 공동응원단 파견을 위한 경의선 긴급보수 접촉 등을 북측에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다음달 한.미 정상회담 이후로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관계 소식통은 “정부가 남북관계 모멘텀 유지 차원에서 3월 중순 예정했던 올림픽 공동응원단 파견문제 협의를 위한 당국 간 접촉을 한.미 정상회담 이후로 연기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같은 결정은 남북관계를 큰 틀의 국제문제, 특히 북핵 문제와 연계해 꾸려나간다는 새 정부의 입장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도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외정책을 무시하고 남북관계를 끌고 나갈 형편이 아니다”며 “상대방(북한)이 우리에 대해 과거와 같은 태도를 취할 것인지, 다른 태도를 취할 것인지 보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는 적어도 다음달 중순 이후까지는 당국 간 접촉이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민간 분야에서 모멘텀을 유지하는 형국이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김영삼 정부 당시 당국 간 대화와 교류가 중단됐을 때도 민간 차원의 교류는 계속됐으며 지금도 북한이 먼저 민간교류를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다만 현재 분위기로는 민간 대북지원단체에 대한 남북협력기금 지원이 위축되고 사회적으로 대북 지원을 위한 기부가 줄어들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 정부 당국자는 “당국 간 교류는 당분간 관망기가 계속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민간 교류는 북측에서도 남북관계의 모멘텀 유지 차원에서 지난해 수준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은 “민간단체의 인도적 지원사업에 ’매칭펀드’ 방식으로 지원되는 남북협력기금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지만 오히려 정부가 남북관계 경색을 막기 위해 이 부분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