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작가대회 이모저모

▲ 20∼25일 평양ㆍ백두산ㆍ묘향산 등지에서 열리고 있는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이하 남북작가대회)는 광복 후 갈라섰던 남북 문인들이 60년 만에 처음 만난 자리다.

당초 지난해 8월 열릴 예정이었다가 남북관계가 경색돼 무기한 연기됐던 이 행사는 우여곡절 끝에 11개월 만에 개최됐다. 이로 인해 당초 20일 오후 3시 열리기로 했던 남북작가대회는 해외동포 작가의 대표자격 부여 문제를 놓고 남북한 실무 협의자간의 입장차가 두드러져 4시간여 늦게 열리게 됐다.

애초 이번 대회에는 남과 북이 14명의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 동포 작가들을 초대 작가 자격으로 초청하기로 사전 합의한 바 있으나, 20일 북측에서 갑자기 이들에 대해 ‘해외 작가 대표’라는 자격을 부여하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남측은 현실적으로 해외 작가들 간에 대표를 구성하기가 어렵고,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해외 작가들이 전체 동포작가를 대표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 북측 제의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처음 만난 남북한 200여 명의 작가들은 가라앉은 침묵 속에 실무 협상 대표들의 합의만을 기다리며 2시간 동안 대기했다.

결국 남북한 실무 협상 대표들은 해외 작가들에 대해 대표 자격이 아닌 초청 작가 자격으로 참관하고 의견을 발표하는 것으로 조율한 후 본 대회를 개최했다.

▲ 이번 행사에는 남과 북의 주요 문화, 문학인 단체 대표들이 다수 참가했다.남측에서는 염무웅 민족문화작가회의 이사장, 황석영 민족예술인총연합회 회장, 신세훈 문인협회 회장, 김종해 한국시인협회 회장, 현기영 문예진흥원장, 송기숙 광주 문화중심도시조성 추진위원장, 황지우 2005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준비위 집행위원장 등이 참가했다.

북측에서는 김정호 조선문학예술총동맹 중앙위원회 위원장,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김병훈 위원장, 김덕철 부위원장, 장혜명 부위원장, 4.15 문학창작단 김정 단장, 안동춘 부단장, 리동구 작가, 소설가 홍석중, 남대현, 시인 오영재, 장혜명, 동기춘, 박경심, 리호근 등이 참가했다.

또 북측의 로두철 부총리가 특별 손님으로 초대돼, 본 대회 개막식에서 축사를 했다. 한편 해외 동포 작가 중에는 이언호 미주문학회장, 김정수 재일본조선문학예술가동맹 중앙상임위원장, 정화흠 고문, 정화수 고문 등이 참가했다.

▲ 21일 남측 대표단은 북측 안내에 따라 평양 시내 김일성 주석 생가인 만경대 고향집과 주체사상탑, 쑥섬 통일전선탑, 개선문,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을 둘러보았다. 소설가 황석영 씨는 1948년 남북연석회의가 열렸던 것을 기념하려고 세운 쑥섬 통일전선탑을 돌아본 뒤 방명록에 “달 밝은 밤이면 삼천리가 한 마을”이라고 적었다.

▲ 21일 아침 평양 시내 관광에 나서기 전에 시인 고은 씨는 북측 수행원에게 물감 한 통을 전달했다. 포장지에는 ‘평양 광명중학교 1학년 김의성 군’이라는 수신처가 적혀있었다. 사연인즉, 2004년 평양을 방문한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가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을 방문했을 때, 당시 중학 1학년생인 김의성 군이 그린 그림을 선물로 받았다고.

리 전 교수는 김 군에게 받은 그림을 집에 걸어두고 있으며, 지난해 남북작가대회 평양 개최가 합의됐다는 소식에 고은 시인 편에 물감 선물을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던 것.

▲ 22일 남측 작가들은 백두산 삼지연 공항에 도착해 북측 안내에 따라 김일성 주석이 항일 무장투쟁을 했던 시절 은거지로 삼았다는 귀틀집인 백두산 밀영과 삼지연 일대를 둘러보았다. 남측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백두산 관광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작가들은 8일로 예정된 시범관광에 미리 참가하는 듯 밝고 가벼운 표정으로 이 지역들을 둘러봤다.

북측 안내원들 역시 남측 작가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면서 즉석에서 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사진 촬영에도 기꺼이 응하는 등 분위기는 시종 정겨웠다.

한편 안내원과 북측 수행원 등은 남측 관광객들의 백두산 관광 시행과 관련해 남측 언론에 보도된 내용과 추진 전망을 물어보는 등 깊은 관심과 기대를 표하기도 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