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여자권투, 3대 타이틀 동시 석권

남북한 여자복서들이 세계프로복싱 3대 타이틀을 동시에 석권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한국의 최신희(22.현풍), 북한의 김광옥(27), 류명옥(22)은 30일 오후(한국시간) 중국 선양 여명국제호텔에서 열린 국제여자복싱협회(IFBA) 3대 세계타이틀 매치에서 나란히 승리했다.

‘얼짱 복서’ 최신희는 이날 플라이급 경기에서 왼쪽 눈썹 부위가 크게 찢어지는 중상을 입었지만 챔피언 마리벨 주리타(27.미국)에 2-1(68-65 68-65 64-70)로 극적인 7회 판정승을 거뒀다.

최신희는 이로써 지난해 9월 18일 주리타와 IFBA 플라이급 챔피언 결정전에서 심판 전원일치로 판정패했던 아픔을 말끔히 씻어내면서 최연소 세계챔피언 김주희(19.현풍)에 이어 한국의 두번째 여자프로복싱 세계 챔프가 됐다.

아웃복서로 변신한 최신희는 이날 경기 초반부터 주리타에게 거리를 허용하지 않은 채 잽을 통한 어퍼컷으로 점수를 쌓았고 8회 버팅으로 눈썹이 찢어져 경기가 중단됐지만 7회까지 점수를 종합한 결과, 월등히 앞서 챔피언 벨트를 손에 쥐었다.

북한의 류명옥(22)은 한국 최초의 여자복싱 세계챔프 이인영을 꺾었던 IFBA 슈퍼플라이급 챔피언 마리아나 후아레스(멕시코)를 상대로 10회 1분6초만에 KO승을 거두고 타이틀을 획득했다.

저돌적인 스타일인 류명옥은 이날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전면 공격으로 후아레스를 밀어붙였고 당황한 후아레스는 계속 밀리며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하다 10회 김광옥이 다시 거세게 공격을 가하자 주심이 경기 중단을 선언했다.

‘북한의 체육영웅’ 김광옥(27)도 이날 ‘복병’ 마키 고야가시로 (일본)를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100-90 98-92 98-93)으로 누르고 밴텀급 1차 방어에 성공했다.

김광옥은 이날 경기 초반 탐색전을 벌인 뒤 3회부터 마키의 몸으로 파고든 뒤 카운터펀치를 날리는 전술로 상대를 압도했지만 마키가 놀라운 맷집으로 끝까지 버티는 바람에 KO승을 낚지는 못했다.

북한의 최은순(21)은 IFBA 주니어플라이급 논타이틀전에서 기구치 나나코(29.일본)를 일방적으로 두들긴 끝에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79-71 79-73 78-74)으로 세계챔프 도전 자격을 얻었다.

번외 경기로 열린 남북 아마추어 친선전에서는 김민희(휘경여중)-박은희(중앙체육학원), 손수현(명일여고)-강영실(청소년체육학교), 김병주(서울체고)-왕복철(중앙체육학원), 문금일(서울체고)-한상룡(청소년체육학교)이 맞붙어 모두 무승부를 기록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북한응원단 300여명이 참석해 열띤 응원전을 펼쳤고 이 가운데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성응원단 50여명은 인공기를 흔들고 구호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