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류 가교로 주목받는 中 선양

중국 선양(瀋陽)이 남북교류의 가교로 주목을 받고 있다.

`2.13 합의’이후 북미간에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남북교류가 다시 활기를 띠면서 선양이 경유지로 뜨고 있기 때문.

베이징(北京)에서도 매주 화.목.토요일 3차례 평양행 고려항공이 운항되지만 남측 인사들은 상대적으로 북한과 가까운 선양을 경유지로 선호하고 있다. 선양에서는 매주 수.토요일 2차례 평양행 고려항공이 다닌다.

특히 지난해 10월 북한의 핵실험으로 동북아 정세가 악화됐다가 6자회담 재개로 경색국면이 해소된 지난 1월 이후 선양을 경유해 평양으로 가는 남측 대북지원단체나 통일단체, 경협단체 등이 크게 늘어났다.

이해찬 전(前) 국무총리도 8일 선양에서 고려항공 편으로 평양에 들어갔으며, 오는 17일 방북예정인 MBC 대하드라마 ‘주몽’ 출연진도 선양을 경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평양을 방문하고 선양을 거쳐 귀국한 한 남측 인사는 “평양에서 비행기에 탑승한 뒤 주변을 둘러 봤더니 빈 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승객들로 꽉 들어차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남측 인사는 “고려항공측에 비행기표를 문의했더니 오는 5월 초까지 예약이 거의 다 찼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대북지원단체의 방북도 주로 선양을 경유해 이뤄진다. 대북지원 물품을 구매하고 전달하는 데 선양이 지리적으로 유리한 탓이다. 대북지원단체들은 선양이나 단둥에서 물자를 구입해 화물열차나 트럭으로 북한에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랴오닝(遼寧)성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한국의 한 민간단체에서 선양 인근에서 비료를 구입할 수 있겠느냐는 문의가 들어 와 공장을 소개해 준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선양은 경유지로서 뿐만 아니라 남북이 접촉하는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8∼9일 선양에서는 남과 북, 해외 대표 총 95명이 참가한 가운데 ‘6.15공동선언실천 민족공동위원회’ 회의가 열렸으며, 이어 10일에는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소속 단체 대표들이 선양에서 북측 민화협 관계자를 만나 사업계획을 논의했다.

지난해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남북관계가 꽁꽁 얼어 붙었을 당시에도 남측 단체들은 선양에서 북측 파트너를 만나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기도 했다.

선양에서 남북 접촉장소로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은 시내에 자리잡은 4성급 칠보산 호텔.

남북 양측은 이 호텔에 여장을 풀고 주로 호텔 내부에서 머물면서 회의실이나 커피숍을 이용해 교류사업을 협의하곤 한다.

선양의 ‘코리아타운’으로 불리는 시타(西塔)가의 북한 식당에서 남북 관계자간에 술잔을 주고 받는 모습은 이제 선양에서 낯익은 풍경으로 자리잡았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