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정체의 세가지 원인과 전망

작년 7월 표면적으로 고 김일성 주석의 10주기 조문 불허와 탈북자 대규모 입국을 이유로 정체된 남북관계가 남측의 거듭된 유감표명에도 불구하고 풀리지 않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봉조(李鳳朝) 통일부 차관은 7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특파원들과 만나 ▲ 핵문제 교착에 따라 남북경협에서 새로 얻을 것이 없을 것이라는 북측의 계산 ▲대남라인 핵심인사들의 사망.실각 등으로 인한 인적 재정비 필요성 ▲남북관계의 변화를 수용하는 문제에 대한 내부검토 필요성 등 세가지를 꼽았다.

우선 북핵 문제는 현재 남북관계를 규정짓는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이다.

미국에서 남북경협이 북한의 체제 존속과 핵무기 개발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개성공단 개발 사업 등 남북간 경제협력은 일정하게 ‘속도 조절’을 요구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노무현 정부는 집권 직후 북핵 문제가 풀려야 대규모 경제협력 사업이 가능할 것이라는 원칙을 강조함으로써 남북관계에 대한 북한의 기대가 사그러 들었고 결국 남북관계 정체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둘째로 대남 라인의 인적 재정비는 시스템보다는 ‘인적 통치’에 입각한 북한에서 남북관계를 복원하는데 상당히 절박한 문제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으며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를 진두에서 지휘해온 김용순 당비서에 이어 정상회담 비밀접촉 등 남북관계를 실무적으로 뒷받침해온 송호경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도 사망함으로써 남북관계의 정책결정 라인이 부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경제시찰단으로 서울 다녀가는 등 남북관계에 깊숙이 관여해온 장성택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실각함으로써 김정일 위원장의 결단을 끌어낼 만한 인물이 대부분 사라졌다는 점이 남북관계 복원을 어렵게 하는 한 요인인 셈이다.

끝으로 남북관계의 변화를 수용하기 위한 내부검토의 필요성은 폐쇄된 체제를 유지해온 북한으로서는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대목이다.

7.1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해이해지는 사회기강을 확립하기 위해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했을 뿐아니라 대남 조직의 실무자들도 대거 교체하는 등 변화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데 고심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남북간 교류.협력 확대에 따르는 체제내적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북한이 남북관계의 속도조절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꼬일대로 꼬여있는 남북관계를 푸는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이 차관은 대북 비료지원과 관련, “남북 당국간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북한이 이에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우리로서도 지원 준비를 하고 있는 게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북한이 전략적 결단을 하고 나오지 않고서는 작년 7월 중단된 남북관계의 소강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 정세균(丁世均)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대북특사 파견을 건의하겠다”고 밝혀 앞으로그 실현 여부가 주목된다.

이에 대해 김만수(金晩洙) 청와대 대변인은 “정 원내대표의 건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전달돼 오면 내용을 파악한 연후에 그 때가서 얘기할 사안”이라고 말해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