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어떻게 달라지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15일 채택되면서 정부의 대북기조 변화 여부를 비롯해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정부는 북한 핵실험 이후 포용정책이 실패했다는 지적과 함께 북한에 보다 강경한 조치를 취하라는 압박에 직면했지만 모든 결정을 이른바 큰 틀의 ‘조율된 조치’인 안보리 결의 이후로 미뤘다.

결의안 내용으로 미뤄볼 때 정부의 포용정책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당국 간 대화는 물론 그동안 미사일사태에도 별 영향을 받지 않던 민간 경협 및 교류의 위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사업도 중단되지는 않겠지만 현상을 유지하는 선에서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정부 차원에서의 대북 제재는 미사일 발사 이후 쌀과 비료의 지원을 유보한 것 외에 추가로 마땅한 게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핵실험 이후로 달라진 게 뭐 있냐’는 비판이 불거질 수도 있지만 정부는 “쌀.비료 지원 중단이 가장 아픈 조치”라는 입장이다.

◇ 포용정책 기조변화 없을 듯 = 유엔 안보리 결의안 내용으로 볼 때 정부는 앞으로도 포용정책을 계속 끌고 나갈 가능성이 크다.

유엔 결의안에 경제제재가 있긴 하지만 대화 노력도 강조됐기 때문이다.

결의안에는 무력 제재를 할 수 있는 7장 42조가 포함되지 않았고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함께 각국이 6자회담 복귀를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결의안이 포용정책과 배치되는 부분이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정부도 핵실험 직후에는 포용정책의 재검토를 시사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포용정책의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임을 암시해 왔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9일 기자회견에서 “이 마당에 포용정책만을 계속 주장하기는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지만 10일 여야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는 “포용정책이 핵실험을 가져왔다고 하는데 인과관계를 따져봤으면 좋겠다”며 신중론으로 기울었다.

특히 대북 주무부처인 통일부의 고위 당국자는 13일 비공식간담회에서 “포용정책의 방향은 맞는데 능력이 부족했다”면서 “포용정책을 매도, 매장하는 행위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적극 옹호하고 나선 것도 포용정책이 변하지 않을 것임을 강하게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정부 당국자도 “국제관계에서 외국과의 관계설정은 봉쇄, 무시, 포용 등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면서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선택은 포용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포용정책 실패론은 전혀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포용정책을 둘러싼 갈등은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 개성공단.금강산관광은 현상유지 = 유엔 결의안에도 불구하고 남북 경협의 두 축인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은 중단없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의안에는 두 사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만한 조항이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엔 제재위원회에서 두 사업이 북한 핵 및 WMD 프로그램과 관련이 있는 지 검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제재위원회에서 관련성이 없다해도 이전처럼 활발하게 사업을 진행하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두 사업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는 한해 2천만 달러에 이르는 현금이 결국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데 쓰이는 것 아니냐는 국내외 일각의 비판에서 정부도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성공단 추가분양이 무기한 연기되는 것은 물론이고 자칫 여론의 추이에 따라 공단 기반시설 공사에 남북협력기금을 투입하는 것도 어려워 질 수 있다.

금강산관광도 관광객 수가 줄어 타격이 예상되며 겨울 비수기에 통일교육 차원에서 학생이나 이산가족 등을 대상으로 납북협력기금에서 집행되던 관광 보조금도 지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사업 중단까지는 이어지지 않겠지만 지금보다 사업이 확장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 민간 경협.교류, 인도적 분야도 타격 = 미사일 발사 이후 계속된 당국간 대화 단절 양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미사일 발사 이후에만 해도 남측은 북한의 대화 제안을 기다려왔고 이를 돌파구로 활용하려 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북측이 대화를 제안해도 이에 선뜻 응하기가 어렵게 됐고 상황에 따라서는 우리 측에서 거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북측이 대화를 제안할 가능성도 훨씬 줄어든 게 사실이다. 남북 모두 핵문제가 선결되지 않고서는 마주앉아 얘기를 나누는데 한계가 있다고 받아들이는 상황인 것이다.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정상적으로 이뤄졌던 민간 부문의 교류 및 경협도 핵실험 상황에서는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유엔 결의안에 따라 북한과의 사업이 한층 조심스러워질 수 밖에 없다.

유엔 결의안이 핵 및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돼 있을 것으로 인정된 개인 및 기관들과의 사업만 금지하지만 북한 사회의 특성상 사업 파트너의 연계 여부를 확실히 알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북사업에 나서는 기업이나 시민단체의 절대 수가 감소할 수 밖에 없고 정부의 대북사업 승인도 한층 까다로워질 가능성이 크다.

◇ “쌀.비료 지원이 가장 큰 제재조치” =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13일 비공식간담회에서 “정부는 미사일 발사 이후 쌀과 비료 지원을 중단함으로써 대북 레버리지(지렛대)의 상당 부분, 금액으로는 80∼90%를 썼다”고 말했다.

정부가 유엔 결의안과 별도로 추가제재를 하기는 어렵다는 말로도 해석된다.

그는 “쌀과 비료 중단이 가장 효과적인 제재”라며 이미 정부는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남측의 대북 지원 중 대부분은 쌀과 비료를 중심으로 한 인도적 지원으로 1995년 이후 지금까지 대북 식량 지원만 245만t에 이른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일부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그 정도로는 미흡하다. 핵실험 이후 달라진 게 없지 않느냐”면서 더욱 강경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여론의 추이에 따라 남북경협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 전면 중단 등의 추가 조치들이 취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