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현지지도 장면 나오면 텔레비 끈다”

북한 주민들이 공공연히 김정일 가계(家系)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으로 10일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지금 9월 22일 김정숙 서거 63돌을 맞아 동상 앞 도로를 다시 포장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도로 포장을 위해 인민반 사람들이 모두 동원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작업에 동원된 사람들이 휴식시간에 김정일 가계에 대해서 나눴던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작업에 동원된 주민들이 휴식시간에 모여 앉아 김정일의 가정사, 특히 김정숙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한 아주머니는 평양에 있는 동생 집에 갔다가 들은 말이라고 하며 ‘김정숙 동지 실제 모습은 사진과 달리 못생겼다오. 성격이 괴벽하고 심술이 많아 수령님과 계속 가정싸움을 했다는 말도 있소’라며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른 이는 ‘장군님한테 자식이 10명이라는 말도 있다’면서 ‘우리한테 교육하는 것 중에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과연 진짜가 몇 가지나 될까’라고 불만조로 이야기 했다”고 덧붙였다.


김정숙은 아들 김정일이 집권한 이후 본격적으로 우상화됐다. 북한은 김정숙을 ‘자상하고 인정이 많은 어머니로, 김일성 동지에게 충실한 혁명전사’로 미화해 왔다. 각 가정에는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숙의 초상화가 함께 걸려 있다.


예술영화 ‘밀림이 설레인다’도 김정숙을 우상화한 작품이다. 영화에서 김정숙은 부대원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으면서 김일성을 보좌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김정숙 역은 평양 연극영화대학에서 제일 미인으로 꼽히던 학생이 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김정일은 이 영화를 보면서 “어머님과 너무나도 닮아서 어머님 생각이 난다”며 대역을 맡은 학생을 칭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입국한 고위탈북자는 “북한에서는 김정숙을 만민의 어머니로 모셔왔다”며 “여기 와서 김정숙의 실제 사진을 보고 얼마나 오랜 시간 속으며 살아왔는가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북한이 김정일을 우상화하기 위해 자주 쓰는 선전 문구인 ‘쪽잠에 줴기밥(주먹밥)’도 이날 주민들의 입방아에 올랐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이야기 중에 ‘장군님이 현지지도 다니실 때 드신다는 줴기밥에 최고의 영양가가 들어 있어 백성들이 먹는 밥과는 차이가 있다’는 말에 사람들이 ‘그러면 그렇겠지’, ‘속이는 것은 간단한 일이지’ 등 이름을(김정일) 부르지는 않아도 대놓고 욕하며 불만을 터놓았다”고 전했다.


이어 “사람들이 이런 말을 노골적으로 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게 민심이다”며 “굶주리고 못사는 것이 너무나 오래 지속되다 보니 (김정일을) 믿지를 않고 현지지도 장면이 나오면 눈물을 흘리던 사람들이 이제는 아예 텔레비도 꺼버린다”고 덧붙였다.


북한에서 주민들이 김정일 가계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김정일의 가정사와 사생활에 대해서는 철저히 우상화된 자료만 교육·선전될 뿐이다. 관련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통로가 사실상 차단돼 있었다. 설사 관련 정보를 습득했다고 하더라도 우상화 내용과 다른 이야기를 해 당국에 신고·적발될 경우엔 정치범으로 몰려, 처벌돼 왔다.


따라서 주민들이 공공연히 김정일 가계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삐라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김정일 가계 관련 정보가 많이 유입됐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김정일 체제에 대한 반감도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