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췌장암 진단說 그냥 넘기기 어려운 이유

▲지난 7월 8일 김일성 15주기 중앙추모대회에 참석한 최근의 김정일(왼쪽)과 4월 15일 최고인민회의 회의에 참석한 김정일(우)의 사진을 비교했을때 왼쪽 사진의 입모양이 비뚤어 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북한 김정일이 뇌졸중에 이어 췌장암에 걸렸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특별한 언급은 하지 않고 있으나 김정일의 건강 상태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에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췌장암 진단 보도가 나오기 전 미국 정보기관은 김정일이 5년 내 생존확률이 29%에 불과하다는 전망치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10일 “미 CIA가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를 정밀분석한 자료를 지난달 우리 정보당국에 통보한 것으로 안다”며 “CIA는 김 위원장이 뇌졸중과 당뇨병의 후유증 등으로 5년 내 사망 가능성이 71%에 달한다고 분석했다”고 조선일보가 11일 보도했다.

CIA의 이 같은 추정치는 김정일의 나이, 질병, 신체조건 및 뇌졸중을 맞은 시기와 그 이후의 신체 조건 변화 등을 의료 관련 데이터베이스와 비교 분석해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4월25일 조선중앙통신이 김정일이 851부대를 시찰했다며 보도한 사진(위)과 지난 6월 14일 김정일이 7보병사단을 찾아 찍은 것이라며 북한 TV가 공개한 사진(아래). 위 사진 맨 아래 줄 좌·우 인물 10여명이 아래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을 뿐(흰색 실선 표시) 두 사진 속 인물 배치와 실내 천장 조명, 배경 글귀가 모두 일치한다.

이런 상태에서 YTN의 보도대로 김정일이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면 어떻게 될까?

전문의들은 췌장암은 초기에 발견하기가 매우 어렵고, 진단 시에는 대부분 말기에 가까워 수술적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으며, 진행과정이 매우 빨라 예후가 좋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췌장암은 근치 수술(완치를 위한 수술)이 환자의 20~25% 정도에서만 가능하며 외과적인 절제가 불가능한 췌장암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은 약 6개월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 연구진이 중심이 되어 1990년부터 2000년까지 췌장암 치료성적을 분석한 결과, 수술적 절제가 시행된 환자의 5년 생존율이 14.3%, 평균 생존기간이 14.1개월로 다른 종양에 비해 치료 성적이 극히 좋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김정일처럼 뇌졸중 후유증을 앓고 있는 상태에서 조기진단이 안 됐다면 수명은 더욱 짧아질 수 있다.

이와 같은 증상들이 김정일이 고질적으로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당뇨병의 후유증일 수도 있지만 췌장암 치료 과정에 나오는 증상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김정운을 후계자로 지명하고 이를 또 급히 모든 단위에 공개하는 등 지나치게 서두르는 것이 단순히 뇌졸중 때문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있기 때문에 췌장암 보도는 무시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정일은 이달 8일 김일성 추모대회에 참석했고, 이 장면이 조선중앙TV로 보도됐다. 이 화면에서 김정일은 입꼬리가 약간 틀어져 있고 머리숱도 예전에 비해 줄어든 모습이었다. 지난 3월 김일성종합대학 수영장 방문 사진 때는 체중이 현저히 줄어든 모습도 드러났다.

▲ 지난 3월 19일 공개된 김일성종합대학 수영장 방문 사진(왼쪽)과 지난해 8월 18일 군부대 시찰 모습(오른쪽)을 비교한 사진. 7개월 만에 살이 수척하게 빠지는 등 병세가 완연해 보인다.

김정일의 건강 악화에 대해 최초로 알려진 것은 지난 2007년 5월 중순 독일 의료진으로부터 ‘풍선확장술’(경피적 관상동맥확장술, PTCA)이라는 심장 질환 치료를 받으면서 부터이다.

이후 김정일은 2008년 8월에도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뇌수술을 받았다는 정보가 이어졌다.

이후 건강이 상당부분 회복되고 왕성한 현지지도로 건재를 대외에 과시하기도 했지만, 최근에 공개된 사진에서 수척해진 모습과 혈색은 그의 병색을 감추기 힘들었다. 이후 건강 이상설은 다시 증폭되는 과정을 거쳤다.

올 6월에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가 평양 주재 중국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일의 건강상태가 상당히 심각하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달 14일 공개된 김정일의 북한 7사단 시찰 사진이 지난 4월 군부대 방문 사진을 다시 사용한 것으로 보여 김정일의 건강상 문제가 거론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미 워싱턴타임스(WT)가 “김 위원장이 지난해 뇌졸중을 앓은 이후 종전에 건강했던 모습과는 전혀 달리 쇠약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김 위원장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건강으로 인해 앞으로 1년 정도밖에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당국이 여러 경로를 통해 김정일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갈수록 쇠약해 보이는 모습과 각종 소식통들의 증언으로 김정일의 건강에 대한 의구심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그의 조기 사망을 예측하는 관측도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