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석고상 철거, 초상휘장 전부 회수”

북한 내 공공건물 내부에 있는 김정일 초상화가 연이어 철거된 데 이어 일반주민들이 착용하는 초상휘장이 북한 당국에 의해 전부 회수 되고 있다는 사실이 추가 확인 되면서 김정일 우상화 선전사업 변화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 인터넷판은 20일 인민문화궁전 관계자의 말을 인용, 북한의 대외 행사장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가 철거된 것이 사실이나 일반 가정과 공공기관에는 여전히 김일성 주석 초상화가 함께 걸려 있다고 평양 발 기사를 통해 보도 했다.

또한 최근 김일성 김정일 혁명역사연구소에서 김정일 석고상이 모두 철거되고 있으며 일반주민들이 차고 다니는 김정일 초상휘장(배지)도 전부 수거 되고 있다는 증언이 최근 북한에서 탈출한 재중(在中) 탈북자들로부터 사실로 확인되었다. 이들의 증언에 의하면 보위사령부, 국가 안전보위부, 군부대 핵심관계자 등 권력 핵심부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초상휘장 착용이 허용되고 있으며 또한 이들도 건물외부에서는 착용이 전면 금지되어 있다고 전했다.

지난 18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한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북한 관리들이 이전까지 차고 있던 김정일 배지를 최근 착용하지 않고 있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이들은 북한 방송 매체의 ‘경애하는 지도자’ 호칭 생략도 북한 당국의 과도한 호칭 사용을 제한하라는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말해 호칭 생략 문제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단순한 헤프닝이 아닐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최근 언론보도와 탈북자의 증언을 통해 우상화 관련 사업의 변화가 상당부분 사실로 확인됨으로서 그 배경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이와 관련 도희윤 피랍인권연대 사무총장은 “최근 김정일 관련 우상화 선전물이 철거 혹은 회수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권력 누수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김정일 특유의 통큰 통치 스타일과 개혁적인 행보를 대외에 선전하기 위한 홍보용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상화 선전 사업의 변화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이광백 시대정신 편집위원은 “이러한 조치가 권력자의 개인숭배 현상을 극히 싫어하는 중국 정부의 호감을 사서 중국의 개혁개방 지원 강화, 중국의 투자 확대, 조중(朝中)동맹 강화 등을 노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일련의 변화가 이른 시일 안에는 체제위협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은 적은데 비해 남한이나 서구에 개혁을 과시하는 시위효과가 상당히 큰 것에 착안했을 것”이라고 이 위원은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21일 리경선 北 외무성 보도국 부국장이 ‘초상화 철거는 근거없는 날조’라고 공식 발표하고, 00군 혁명역사연구소에 근무하는 연구원이 22일 국경지대에서 본지 통신원과의 접촉을 통해 김정일 석고상 철거 사실을 들은 바가 없다고 말해 이와 같은 지시가 아직 일사분란하게 이행되고 있지 않거나, 북한 전역으로 확대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