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美, 대북적대정책 폐기해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특사에게 미국이 위협을 중단한다면 한 개의 핵탄두도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면서 이달 29일 재개될 6자회담과 관련, 주목을 끌고 있다.

러시아의 인테르팍스통신은 18일 풀리코프스키 특사의 발언을 인용하는 형식으로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위협에 직면하지 않는다면 핵무기비확산조약(NPT)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풀리코프스키 특사에게 “북한에 대한 실재적인 위협이 존재하는 경우 방어수단을 가질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통신은 전하고 있다.

통신 보도만으로는 김 위원장이 ‘미국의 위협’이 제거되는 조건에서 NPT 복귀 의사를 직접 언급했는지 여부는 다소 불분명하다.

다만 김 위원장이 “단 한 개의 핵무기도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고 평화적 핵이용을 주장했다는 점으로 미뤄 NPT 복귀 및 국제기구 사찰을 포함한 비핵화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발언은 김 위원장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6.17 면담에서 “핵무기를 가져야 할 이유가 없다”며 “핵문제가 해결되면 NPT에 복귀하고 동시에 IAEA를 비롯한 국제 사찰을 모두 수용해 철저한 검증을 받을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여기서 김 위원장이 언급한 ‘핵문제’는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에 대항해 북한이 어쩔 수 없이 자위적 차원에서 핵무기를 보유할 수밖에 없었다는 북한의 입장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용어다.

북한은 미국의 국방부가 2002년 1월 부시 대통령에게 제출한 ‘제2차 핵태세 검토보고서(NPR)’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인 중국.러시아와 함께 핵선제공격 대상으로 지목하자 이를 체제에 대한 구체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강력 반발했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이 NPT 복귀의사를 밝혔다고 보도가 나오고는 있지만 전제조건이 있는 복귀의사 표시이다. 미국으로부터 대북 불가침 등 확고한 담보가 있어야 한다는 꼬리표가 붙어 있는 것이다.

제4차 6자회담 북한측 수석대표로 참석했던 김계관 외무성 부상 역시 회담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2일 “미국의 우리에 대한 핵위협이 제거되고 신뢰가 조성되는 데 따라 핵무기와 핵무기 관련계획을 포기할 결심이며 이것은 누구의 강요도 아닌 우리가 결심한 것”이라고 발언했다.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19일(한국시간) “한.미 양국이 베이징 6자회담에서 북한측과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는 문제를 검토했고 중국측과도 이미 협의를 했다”고 밝힌 대목은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미국의 위협제거’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핵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