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인민보안성에 주민 ‘성분’ 재정리 지시…이유가?

소식통 "혁명5~6세대 사상동향 파악 및 관리 필요성 높아져…군중 부류도 10→12개로 늘어"

북한 강원도 원산 시내에 있는 공원. 사격장 부스에 보안원들이 몰려있다.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인민보안성(우리의 경찰청)에 ‘주민들의 출신성분과 사회성분을 명확히 구분해 정리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지시는 자유주의적 사고가 깃든 새 세대의 사상의식을 면밀히 파악해 체제 안에서 효율적으로 관리·통제하기 위한 일환으로 풀이된다.

북한 내부소식통은 18일 데일리NK에 “지난달 중순 성분 정리 사업에 대한 원수님(김정은 위원장)의 지시가 인민보안성 8국에 하달됐다”며 “이후 보안성은 즉시 사업단계를 구축하고 이달 초부터 집행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인민보안성 8국은 모든 북한 주민의 출생부터 결혼, 사망까지 모든 신상 정보를 주민등록 문건으로 정리하고 관리하는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보안성 8국은 이번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현재 수도 평양을 중심으로 주민들의 출신성분과 사회성분을 파악해 문서화하고, 내부적으로는 개별 주민을 12가지 부류로 세분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서 출신성분은 문자 그대로 출생 당시의 부모의 성분을 뜻하며, 사회성분은 공민권이 주어질 당시의 부모 성분을 일컫는다. 출신성분과 사회성분 모두 군인·사무원·노동자·농민 등 4가지로 구분하는데, 북한은 이러한 성분을 기초로 주민들을 차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실제 소식통은 “당·정·군에 사람을 배치할 때에도 성분은 중요한 판단 기준과 잣대가 된다”며 “출신성분과 사회성분은 각 사람의 성장단계를 통해 발전단계까지 볼 수 있는 하나의 지표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이번 사업을 지시하면서 개인의 사상 상태와 동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총 12개의 군중 부류로 개별 주민을 구분·정리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10가지 군중 부류에서 ‘사상적 동요자’와 ‘불평불만자’를 추가해 유형을 보다 세분화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 같은 사업의 배경과 관련해 소식통은 “위(당국)에서는 ‘새 세대의 사상에 (자본주의) 황색바람이 들기 시작하면 일심단결이 무너질 수 있다’면서 이를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로 보고 있다”며 “혁명의 시련을 겪어보지 못한 아이들로 세대가 교체되면서 이들의 사상동향에 대한 세심한 감시가 절실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의 배급에 의존하지 않고 시장을 통해 자급자족하며 성장한 혁명 5~6세대, 이른바 ‘장마당 세대’가 사회의 주축으로 성장하면서 이들의 사상과 의식 상태를 면밀히 파악하기 위한 명확한 근거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업은 계급 및 성분 체계를 공고히 함으로써 주민들, 특히 젊은 세대를 더욱 철저히 관리·통제해나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당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희생정신을 갖기보다 개인주의적이고 자본주의적인 성향을 보이는 혁명 5~6세대를 체제에 안착시키고 결속을 이끌어내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현재 수도 평양시의 보안국과 각 구역 보안서 주민등록과는 주민등록 서류 재정리에 나서는 한편, 주민들과 직접 접촉하거나 최신 신상 정보를 파악하고 있는 동 담당 주재원과 보안서 정보원, 인민반장의 협조 하에 개별 주민들을 12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평양시 거주자들의 성분 정리가 끝나면 전국 지방의 인민들을 대상으로 한 성분 정리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밖에 북한 당국은 이번 성분 정리 사업을 실시하면서 주민이 사망한 이후 일정 기간 동안만 보관했던 말소(사망신고) 서류를 영구히 보관하도록 규정을 바꾸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원래는 사망자 서류를 3년만 가지고 있는 것이었는데, 이번에 사람이 죽어도 서류를 없애지 말고 간략하게 해서 보관하라는 방침이 내려졌다”며 “사망자가 누구의 자식인지, 최소한 그 사람의 사상적 뿌리를 찾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