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우상화 중국 진시황에 버금”

▲ 만수대 언덕 위에 있는 김일성 동상

“김일성의 찬양 허기증은 스탈린과 마오쩌둥도 두 손 들고 물러앉을 정도다”

영국의 미술사학자인 대영 박물관의 제인포털 아시아관 부관장은 2001년과 2002년 두 차례 북한을 방문한 후, 외국인으로 눈으로 바라본 북한 예술의 특징을 담은「통제하의 북한예술」이란 책을 펴냈다.

포털 부관장은 북한 예술의 가장 큰 특징으로 수령 개인숭배를 꼽는다.

예술을 선전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20세기 전체주의 국가들 사이에서 급속히 확대된 움직임이지만 북한 김일성 정권의 개인 우상화 정도는 중국의 진시황에 버금갈 정도라는 것.

김일성이 자신의 대형 조각상 제작에 특히 열을 올린 것은 전체주의 국가나 비 전체주의 국가를 가릴 것 없이 위대한 지도자들의 상을 조각하는 전 세계적인 오랜 전통을 따른 것이다. 북한에서 이와 다른 점은 김일성 이외의 다른 위인들의 조각물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북한 예술 역사를 되짚어보기 위해 북한 역사를 연구하던 저자는 김일성 초기의 삶에 관한 북한의 출판물은 왜곡과 과장이 너무 심하기 때문에 참과 거짓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 김일성 어록을 새긴 묘향산 바위

한국 전쟁 후 김일성이 처음 권력을 잡았을 때 그의 위치는 절대적이지 못했다. 감히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위치에 오르고 나서야 그는 자신의 이미지와 관련된 모든 측면을 다 조종할 수 있었다. 이 시점에서 혁명가문으로서의 김일성 가계는 완벽해야 했고 공산주의자로서 그의 자질은 오점이 없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대의 역사를 수정할 필요가 있었다.

포털 부관장은 북한에서의 김일성 찬양은 각각 소련과 중국에서의 스탈린과 마오쩌둥에 대한 예찬의 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일성 숭배 예술의 전형은 혁명박물관 앞에 세워진 기념 조각상.

실물 크기의 김일성 청동상 수는 기록된 것만 해도 1980년대에 약 500여개였는데, 아마 1994년 그가 사망할 무렵에는 이보다 훨씬 늘어나 있었을 것이다. 거의 모든 마을이나 공공건물 앞에는 어김없이 그의 동상이 나타나며, 눈에 잘 띄는 돌출된 장소나 시골의 산허리에도 실물크기 아니면 그보다 큰 형태로 세워져 있다.

그는 체제 선전과 수령 우상화란 목적을 위해서만 이용되는 북한 예술의 현실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것이 대부분의 북한 예술 형식의 실상일 것이다. 그 이유는 그들이 외부의 새로운 생각에 노출될 기회도, 또 내부에서 혁신적인 생각이 태동될 가능성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 자신이 화가이기도 한 평양의 국립 미술원 관장이 추상예술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는 것은 예술적 자유의 제한과 외부 세계와의 접촉 부재 현상을 잘 예증해준다고 볼 수 있다.

▲ 그림의 주제는 주체사상탑과 개선문 건립 계획을 논의하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경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 저자는 김일성 수령 숭배가 그의 아들인 김정일에게도 그대로 계승되었다고 말한다.

포털 부관장은 수령 숭배의 흔적은 건축물이나 출판물에서도 나타나며, 노래, 시, 수필, 그리고 이야기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서양에서 새로 발견된 별이나 장미에 흔히 유명인사의 이름이 붙는 것처럼, 북한에서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이름을 붙인 꽃도 존재한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아마 역사상 김일성만큼 평생 동안 자신의 이름을 딴 건물을 많이 가졌던 지도자는 세상에 없을 것이다. 김일성 대학이나 김정일 스타디움처럼 많은 시설들이 그와 그의 아들의 이름을 땄다. 김일성의 방문 날짜를 빌려 이름을 붙인 시설도 있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저작들은 인민대학습당에 뚜렷이 돋보이게 진열되어 있으며, 그들의 어록 일부를 인용한 글은 보통 출판물이나 신문기사의 서언으로서 굶은 글씨나 빨간 글씨로 강조되어 재생산된다. 이것은 한국의 역대 왕들이 했던 일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왕의 어록은 흔히 붉은 잉크로 쓰이거나 붉은 종이에 기록되었다.

또한 많은 외국의 지도자나 공산당이 김일성에게 증정한 선물이 전시되어 있는 국제친선관람관을 통해 그의 정권이 전 세계적으로 대단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고 포털 부관장은 말한다.

▲ 아랍글자로 그려진 김일성 초상화. 국제친선전람에 진열된 수천 개의 선물 중 하나이다.

61,000개의 전시품 중에는 시리아에서 보내온 것으로 김일성의 고전적 역작의 하나인 ‘비동맹 운동은 우리 시대의 강력한 반제국주의 혁명세력이다’ 속의 글을 아랍어로 모두 번역하여 제작한 김일성의 초상화가 포함되어 있다.

김일성 정권은 북한 주민들의 찬양만으로는 만족을 못하는 듯하다. 그리고 이 물릴 줄 모르는 찬양 허기증은 김일성이 자신을 비동맹 국가들의 지도자로 부각하던 시절로부터 시작된다. 국제친선관람관은 온도와 습도가 조절되며 북한의 전력난에도 불구하고 항상 섭씨 18도로 유지된다.

포털 부관장은 북한 예술세계에서 드러난 수령 숭배의 흔적들을 지적한 후 , 마치 하나의 종교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한다. 또한 김일성 종교가 합리적인 사고 과정이 아닌 무조건적인 믿음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으며, 이는 사회주의권 대표적 독재 지도자인 스탈린과 마오쩌둥과도 비교될 수 없다고 다시 한번 강조한다.

다른 종교에서처럼 기적도 김일성 종교의 한 특징을 이룬다. 김일성이 죽은 후에 그가 부활했다고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야생 기러기들이 선연군에 있는 그의 동상 주변을 슬픔으로 울부짖으며 계속 맴돌았다고 한다. 또한 신비한 상이 세 개의 소도시 상곡에 나타났다고 보도되는데, 이는 분명히 수령님이 돌아가신 후에도 하늘 위에서 이 민족을 이끌 것이라는 혁명의 전설이 실현되는 모습이었다. 이쯤 되면 가히 스탈린과 마오쩌둥도 두 손 들고 물러앉을 정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