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남 “장군님께서는 정신력으로 극복하셨다”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차 서울을 방문한 북한 조문단 김기남 일행이 김정일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언급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북한 조문단 일행은 지난 22일 조문단 숙소인 서울 그랜힐튼호텔에 마련된 남측 인사들과의 조찬 간담회에서 김정일의 건강 상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고 이날 조찬에 참석했던 인사들이 24일 전했다.

무소속 정동영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김 비서가 김정일의 건강 상태에 대해 “올해는 작년에 비해 4배나 현지지도를 많이 하셨다. 청년 같은 열정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김 비서가) ‘우리 입으로 말하는 것보다 클린턴 대통령과 현정은 회장이 봤으니까 제3자들이 본 객관적 상황이 더 중요하지 않겠느냐’며 반문조로 답변했다”며 “김기남 비서의 표현으로는 (김정일이) 정신력으로 (건강악화를) 극복했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김정일은 북한에서 신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고위급 간부라 해도 그의 신변과 관련한 내용을 쉽게 입에 올릴 수 없다. 따라서 이들이 김정일의 건강 상태를 자신 있게 밝힌 것 자체가 북한에서 내려오기 전 김정일의 건재를 대외적으로 알리라는 지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중순 뇌혈관계 질환으로 쓰러진 뒤 건강이상설에 시달려온 김정일은 최근 들어 외부 인사들과의 잇단 접촉을 통해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김정일은 이달 4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면담을 가졌고, 이어 16일에도 현 회장과 4시간에 걸쳐 식사하고 대화를 나누는 등 통치행위에 이상이 없음을 국제사회에 드러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눈에 띄게 수척해졌고, 왼쪽 신체 일부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등 지난해 8월 이전 수준으로 건강이 회복된 상태가 아닌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