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 없는 이별 앞에 말없이 눈물만…”꼭 다시 만나자”

3시간 작별상봉 끝으로 1차 상봉 마무리…2차 상봉 24일부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마지막 날인 22일 작별 상봉을 하는 가족들은 눈물을 흘리며 기약 없는 이별을 슬퍼했다.

북측 동생인 춘실(77), 춘녀(71)씨는 남측의 오빠 김춘식(80) 씨를 보자마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자리에 앉은 춘식 씨도 주룩주룩 눈물을 흘렸고 남매는 한동안 아무 대화도 하지 못했다. 춘식 씨는 말없이 여동생 접시에 과자를 하나 놓아준 뒤 “오래 살아야 다시 만날 수 있어”라는 짧은 말을 동생에게 전했다.

테이블에 앉아 북측의 여동생과 조카를 기다리던 김병오(88) 씨는 허공을 응시하며 흐느꼈다. 이윽고 여동생과 같은 방향으로 앉기는 했지만 차마 여동생을 쳐다보지 못하는 듯 했다. 김 씨의 여동생이 “오빠, 울지 마. 울면 안 돼”하고 그의 손을 지긋이 잡았지만 김 씨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이내 침착하려고 노력했던 여동생도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진 채 입술을 파르르 떨었고 두 사람은 10분여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김병오 씨의 아들 김종석 씨는 “(아버지께서) 평생 끝이니까 아무래도 많이 착잡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작별 상봉을 하는 가족들은 혹시 모를 다음을 기약하자는 이야기로 아쉬움을 달랬다.

북쪽의 큰형님(리종성, 86)과 형수(백옥녀, 79)를 만난 이수남(77) 씨는 “이제 또 만날 수 있을지 안타깝다. 우리가 젊었더라면 모를까. 걱정이다”며 “안부라도 묻고 살면 좋겠지만, 이번에 만나 엄청 기쁘다”고 다시 이별을 맞는 소감을 전했다.

이 씨는 “아버님, 어머님 산소에 가서 ‘우리 종성이 형님 잘 살아 계신 것을 확인했습니다’ 말하고 조카는 네 명이라고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 언니와 여동생을 만난 배순희(82) 씨는 자매의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지금은 100세 시대니까 오래 살고, 서로 다시 만나자”라는 배 씨의 말에 언니도 “다시 만나자”라고 화답했다.

작별 상봉은 점심을 포함해 오후 1시까지 3시간 동안 진행됐다. 애초 2시간이었다가 한 시간 연장하자는 남측 제의를 북측이 수용해 3시간으로 늘었다. 남측 가족들은 작별 상봉을 마친 뒤 북측 가족을 뒤로하고 오후 1시 28분 금강산을 떠났다.

한편, 북측 이산가족 83명이 남쪽의 가족들과 만나는 2차 상봉은 24∼26일 금강산에서 1차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