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초계함 동해함.포항함 `역사속으로’

“해군본부 일반명령 제09-13호에 따라 2009년 6월30일부로 동해함 포항함 퇴역을 명함. 동해함 포항함 취역기 내려!”

취역기를 내리는 순간 30년 가까이 바다를 누벼온 2척의 초계함은 아쉬움을 달래듯 길고 깊은 고동소리를 울렸다.

군함은 건조된 뒤 임무에 투입될 때 마스트에 현역 신분증과 같은 취역기를 게양하며 퇴역식 때 이 깃발을 내림으로써 군함으로서의 일생을 마치게 된다.

우리 기술로 건조돼 30년 가까이 한반도 해역을 굳건하게 지켜온 초계함(PCC)인 동해함과 포항함이 30일 오후 해군의 요람인 경남 진해항에서 퇴역식을 갖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날 진해 군항부두에서 열린 퇴역식에는 박정화 해군작전사령관(중장)과 해군 주요 지휘관, 장병, 역대 함장 등 200여명이 참석해 거친 바다를 누빈 퇴역함 2척의 노고를 격려했다.

이날 퇴역식에서 박 사령관은 “두 함정은 그동안 조국의 해양수호라는 소임을 완수하기 위해 험난한 파도와 싸우면서 긴 항해를 마치고 퇴역을 하지만 우리 해군의 역사에 길이 빛날 것”이라고 말했다.

동해함은 1983년 초계함 1번함으로 취역해 1988년 12월 남해로 침투하는 반잠수정 격침작전에 참가해 공을 세우는 등 26년간 우리 영해를 지켜왔다.

1984년 건조된 포항함은 1986년 동해 최전방에서 계속되는 경고에도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는 북한 무장 선박을 침몰시키는 전공을 세우기도 했다.

이날 퇴역식을 주관한 박 사령관은 포항함 6대 함장을 역임했다.

퇴역식에 참석한 역대 함장들은 함께 거친 항해를 함께 했던 배에 올라 군함 안에 걸린 자신의 함장 사진을 보며 추억에 젖기도 했다.

1991년 동해함 8대 함장을 역임했던 예비역 주진원(55)씨는 “거친 바다를 함께 항해하던 동해함이 오늘 퇴역식을 갖는 모습을 보니 정말 감개무량하다”며 “당시에 동해함도 정말 고생을 많이 했는데 오늘 그 소임을 다한 장한 모습을 보니 가슴이 찡하다”고 말했다.

두 함정은 모두 각각 250여회가 넘는 출동임무를 수행했다.

동해함의 마지막 함장(24대)으로 퇴역식을 치른 손권철 소령은 “두 함정이 오늘 명예롭게 퇴역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한 선배 승조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해군은 국방예방 절감을 위해 이날 퇴역하는 동해함과 포항함의 함포와 기관 등 주요 부품과 장비를 재활용할 계획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