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덕광산 재산·인명피해 ‘막심’… “태풍 위험성 미리 알았지만…”

검덕광업연합기업소에서 마스크를 낀 채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의 대표적인 연·아연 생산기지인 검덕광업연합기업소에서 태풍으로 막대한 재산피해와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소 측에서 태풍의 위험성을 미리 설명했음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큰 피해를 보게 되면서 함경남도 당 위원장 해임으로까지 이어지게 됐다는 전언이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10일 데일리NK에 “검덕광업연합기업소는 이번 ‘마이삭’ 태풍으로 2005년도에 준공된 수직갱을 비롯한 갱들이 모두 물에 잠겨 버리면서 많은 인명피해와 막대한 재산손실이 일어났다”며 “기업소 일군(일꾼)들은 광산이 자체적으로 수습할 형편이 못 되자 당에 보고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검덕광산의 일꾼들은 물론, 광산마을의 주민들도 맥이 풀리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로 이번 태풍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고 처참했다.

이미 경험이 있는 현장일꾼들과 노동자들은 앞서 태풍예고를 보고 광산 당위원회에 위험성을 설명하고 모든 설비와 노동자들을 철수시켜야 한다고 제기했지만, 경험이 적은 당 위원회는 이를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태풍 상륙 당시 현장에 나가 일하던 17수직갱의 부갱장 47살 이모 씨 등 6명은 수직갱 인끄라(삭도) 쇠밧줄이 끊어지고 물에 잠기면서 현장에서 즉사했고, 이들을 구하려 들어가던 갱 소대원 5명은 통로가 무너지면서 심하게 다쳐 함흥정형외과에 실려가 다리와 팔을 절단해야 할 상황에 놓여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채굴설비와 운반설비까지 토사물에 잠겨 건져내지 못하는 등 큰 재산상의 피해도 발생했다.

이밖에 18수직갱의 생산 교대 근무자 11명은 갱에서 거의 나오다가 쏟아지는 토사물에 묻혀 시신조차 찾지 못한 상태이며, 이 갱 역시도 모든 설비가 물에 잠겨 건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광산 당위원회는 이번 태풍예고에 전혀 발동되지 않았으므로 인명피해는 물론 광산의 모든 설비들을 한 대도 구원하지 못했다”면서 “현재 알려진 사고는 부분적인 것으로 기업소는 이 엄청난 일에 겁에 질려 사고 전반에 대한 통계는 아직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소식통은 “함경남도 당위원장이 해임된 기본 원인이 검덕광산 피해에 있었다”면서 “원래 도 당위원장은 검덕광산에 대해 손금 보듯 알고 있고 관심 높은 사람이었는데 이번 태풍에 미리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에 해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의 간부들과 주민들은 해임된 도 당위원장에 대해 평상시에도 검덕광산에 애정을 가지고 시시각각 사안을 보고 받고 부족한 것을 해결해주려고 광산과 함께 뛰던 간부라고 평가하며 “이렇게까지 큰 사고가 날줄 도당 간부들도 예고하지 못했던 것 같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현재 기업소 측에서는 초토화된 광산을 복구하고 설비들을 다시 구축하는 것에 아무리 빨라도 최소 3개월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으며, 한편에서는 사망자에 대한 피해 보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전날(8일) 오전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당시 김 위원장은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검덕지구의 피해와 복구건설 규모를 검토하고 복구건설을 또다시 인민군대에 위임하기로 했다”며 “인민군대만이 또 하나의 전선을 전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북한 매체는 “검덕광업연합기업소와 대흥청년영웅광산, 룡양광산, 백바위광산에서 2000여 세대의 살림집(주택)과 수십 동의 공공건물이 파괴되거나 침수됐다”는 등 이번 태풍으로 인한 함경도 광산지역의 피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