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대화 모멘텀 유지될까

제3차 남북 당국간 개성공단 실무회담이 아무런 성과없이 마무리됨에 따라 개성공단을 매개로 어렵게 시작한 남북대화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남북관계의 마지막 끈으로 힘겹게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개성공단 및 입주업체들의 앞날과 직결된 문제이자 남북관계 전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2일 회담을 지켜본 정부 안팎의 관측통들은 개성공단이 현재의 남북관계와 별개로 존재하기란 쉽지 않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입을 모았다.

회담에서 북측은 토지임대료를 5억달러로 올려달라는 요구에 집착하며 `6.15공동선언을 져버린 남측 당국 때문에 개성공단의 혜택을 박탈하려 하니 남측 당국이 책임지라’는 정치논리로 우리 대표단을 압박했다. 남북관계 상황과 개성공단을 연결한 포석이었다.

또 북한이 비현실적인 요구를 고수하는 가운데 우리 측도 회담에서 개성공단을 살리기 위한 과감한 제의는 하지 않았다.

공단내 탁아소(200명 수용규모) 건설과 관련한 협의를 개시하자고 제의했지만 탁아소는 이미 예산사용 의결을 하고, 설계작업까지 마친 것이기 때문에 대북 유인효과는 미미할수 밖에 없었다.

우리측도 북한이 핵위기를 고조시키고 대남 비방 및 위협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1만5천명 규모의 공단 기숙사 건설 등 많은 재원을 필요로 하는 사안을 제기할 수 없었던 셈이다.

그런 만큼 북.미간 대화 재개 또는 6자회담 재가동 등으로 한반도 정세가 바뀌고 그에 따라 남북관계가 개선되기 전에는 개성공단과 관련한 남북대화가 성과를 내기란 어렵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3일 “북한의 5억달러 요구는 남측의 식량.비료 지원이 중단된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 뒤 “정부가 `5억달러 요구’에 현찰이나 현물지원 등의 방법으로 호응할 경우 그것은 대북 제제 국면에서 압박의 강도를 떨어뜨리는 것이 되는 만큼 그렇게 못할 것”이라며 “국면이 전환되기 전에는 개성공단 대화가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현재 한반도 정세를 감안할 때 남북 모두 개성공단 발전을 위한 과감한 제안을 내 놓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공단이 당장 폐쇄국면으로 들어설 것으로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북한도 2일 회담에서 판을 깨려는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고 우리 정부도 개성공단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남북회담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북한은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무리한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며 `5억달러’에 대해 명백히 선을 그음으로써 우리 대표단에 협상의 재량이 없음을 알면서도 5억달러 요구를 고수했다”며 “만약 북한이 판을 깨고 개성공단 폐쇄 수순으로 들어갈 생각이라면 회담에서 협상의 `데드라인’을 제시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대화의 모멘텀이 완전히 소실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만큼 반전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기대도 있다.

북한이 `5억달러’를 잠시 옆으로 치워둔 채 다른 현안을 협의할 수 있다는 태도로 전환하거나 억류 100일 가까이 된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 사건을 추방 등으로 종결함으로써 대화의 모멘텀을 살릴 경우 등이 기대할 수 있는 `반전 시나리오’로 꼽힌다.

한 정부 관계자는 “2일 회담에서 북측이 `받아들이지 않으려면 나가라’는 식의 최후통첩을 하지 않은 이상 향후 개성공단 회담에서 5억달러 압박만 계속할 것인지, 억류자 문제와 통행제한 해제를 정식으로 협상 테이블에 올림으로써 남측을 유인하려 할지에 대해 고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개성공단 기업들의 내구력이다.

공단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증대로 주문량이 감소하면서 1개 업체가 철수한데 이어 부분 또는 전면 휴업을 하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일부 업체들은 더 버티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심지어 만약 정부가 최대 70억까지 손실을 보전하는 경협보험을 자진 철수하는 업체들에 대해서도 적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할 경우 업체들의 철수 러시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남북 당국의 대화가 장기간 공전할 경우 추가적인 상황 악화 요인이 없더라도 개성공단을 현상 유지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