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구 논란, 왜 ‘학교 이미지’로 불똥튀나?

▲ 경찰의 구속방침이 선 강정구 교수

동국대학교 게시판에서 ‘강정구’로 검색하니 일주일 동안 48개의 글이 나왔다. 하루 평균 7개 정도의 관련 글이 올라오는 셈이다.

제목을 달리해 게시한 글들을 감안하면 최근 게시판의 50%를 차지하는 정도다. 이는 학교게시판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처음에는 남의 일처럼 생각했던 사건이 이제 조금씩 학교 전체의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최초 강 교수 논란이 발생한 당시 학생들 간에는 ‘학문의 자유냐’ ‘국가체제 부인이냐’, 또는 ‘교수로서 책임 있는 행동이었나’ 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학생들이 학문적으로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다. 또 이 문제가 학생들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현실적인 문제도 아니었다. 교내 일각에서 ‘추방운동’과 ‘사법처리 반대운동’이 충돌해도 대부분의 학생들에게는 단지 귀찮은 문제일 뿐이었다.

동국대생 취업 불이익 발언 적절한가

그런데 지금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대한상공회의소 한 고위직 인사는 지난 4일 “강 교수의 강의를 들은 학생이 올바른 경제관이나 역사관을 가질지 의문”이라며 “기업 채용 때 대학수업 내용 등을 참고하도록 경제단체 차원의 대책 마련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의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에게 ‘취업시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동국대 이사장 현해(玄海) 스님은 ‘강 교수를 면직(免職)시키고 싶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의 고위 인사의 발언은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동국대 학생들을 모두 강정구 교수와 비슷한 이념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지나치다.

특정 교수의 이념과 역사관이 해당 학교의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줄만큼 학교를 좌지우지 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전공 교수 수업을 피하기도 어렵다. 이것은 강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학생들은 강 교수의 괴이한 논리에도 동의하지 않지만, 한 두 과목의 전공 수업 때문에 전체 학생들을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도 과도한 처사라며 분노하고 있다. 적지 않은 취업준비생들은 ‘만에 하나’ 자신의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강 교수 논란, 학문적 잣대로 평가해야

동국대 이사장의 발언대로 강교수가 면직까지 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지금 강교수의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수업권 침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두 달이 넘게 강 교수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이제 학생들은 학자적 양심이고 뭐고를 떠나 학교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을 더 우려하고 있다. 학문의 대상으로 공론화되지 못하고 결국 누가 나에게 피해를 줄 것인가 하는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버린 것이다.

학생들은 어떻게든 이 문제가 빨리 결론이 나고 잠잠해지기를 바라고 있지만, 학교나 정치권은 마치 뼈가 든 고기를 입에 머금고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한 가지 의미를 찾자면 이런 일련의 일들이 지금까지 교수의 수업이 정설인 것처럼 듣고 있던 학생들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거의 무비판적으로 들었던 수업에 학생들의 비판의식이 생겼다. 이러한 빌미는 강 교수 스스로가 제공했다.

한편 우려스러운 점은 이번 강교수 문제를 경과하면서 대학 교수님들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일에 더 소극적이 될까봐 우려스럽다. 몇 달 전 위안부 문제로 엄청난 논란을 불러왔던 서울대 이영훈 교수의 글이나 강정구 교수의 글은 결국 학계와 수용자들의 평가에 맡기는 것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최옥화/ 동국대 북한학과 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