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교수 직위해제 동국대 형평성 논란

동국대 이사회가 8일 ‘6ㆍ25는 통일전쟁’이라는 발언을 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강정구 교수를 직위해제키로 최종결정한데 대해 징계 수위를 놓고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강 교수가 2001년 8ㆍ15 평양축전 기간 북한 만경대를 방문, 방명록에 ‘만경대 정신 이어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는 글을 써 파문을 일으킨 이른바 ‘만경대 필화’ 사건 뒤 강 교수에 취한 학교 측의 조치에 비해 지나치다는 지적이 학생과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까지 됐지만 동국대 이사회는 2002년 1월 “아직 강 교수에 대한 선고공판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직위해제 하는 것은 성급하다”며 직위해제 결정을 보류했다.

‘죄질’을 따지자면 구속기소 사안이던 만경대 필화사건이 이번 ‘통일전쟁’ 발언사건보다 결코 가볍지 않은데도 이번 직위해제 결정은 학문ㆍ사상의 자유를 누구보다 수호해야 할 대학이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한데 따른 것으로 형평성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동국대는 “법원 판결 전이지만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에게는 교원 직위를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사립학교법 조항(58조)을 근거로 직위해제를 결정했다”고 근거를 밝혔다.

2002년 이사회에서도 이 조항을 근거로 강 교수의 직위해제를 논의했지만 이사회는 이 조항이 의무조항이 아닌 데다 판결 전 무죄추정의 원칙에 무게를 둬 고심끝에 보류 결정을 내려 진보 진영의 박수를 받았었다.

형평성 논란에 대해 동국대는 “5년 전과 이사회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결정도 다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일각에서는 대학이 사상의 자유를 지키는 대신 ‘취업제한’을 들고나온 재계 등의 반대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이날 결정은 이 학교 총학생회가 지난달 학교 홈페이지에서 학생 2천82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직위해제는 잘못’이라는 응답이 49.9%로 절반에 가까웠던 점도 무시한 것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총학생회는 이틀 전 “상당수의 학생이 법원 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직위해제를 논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 직위해제가 성급하다는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을 기대한다”는 성명을 학교 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전국교수노조는 동국대 결정에 대해 이날 “교육 기관으로서 자존심까지 포기한 것으로 분노를 넘어 허탈감을 느낀다”고 말했고,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헌법이 보장한 학문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처사”라고 비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