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북한도서 출판시장 30배 차이난다

▲ 기노꾸니야 서점 내 북한서적코너

한국과 일본의 북한 관련 출판시장이 약 30배 이상 차이 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관련 도서를 전문으로 출판하는 <도서출판 시대정신>에 따르면 김정일 경호원 출신이 쓴 수기가 2002년 가을 한국에서 2,500여 권 판매되었다고 한다. 이는 북한 관련 서적이 보통 1,000권 남짓 판매되는 한국 실정에 비춰보면 그나마 선전(善戰)한 셈이다.

그러나 2003년 일본에 수출한 동 도서는 선인세만 1억여 원을 받을 정도로 일본에서 각광을 받았다. 발행 부수로 치자면 10만 권에 상당하는 수준. 저작권을 대행하는 회사 거의 모두가 이 책의 수출에 나설 정도였다고 한다.

한편 최근 이 출판사는 또다시 김정일 관련 도서를 일본 출판사에 수출한다. 국내에서는 500권 남짓 판매된 책이 일본에서는 초판 발행 부수만 15,000권의 조건으로 계약된다고 한다. 거의 30배의 격차다.

또한 2003년 하반기 전일본 출판시장을 달군 베스트셀러 ‘김정일 입문’이라는 책은 수치상으로는 한국과의 격차를 수백 배로 벌려놓는다. 1998년 한국에서 발간된 동 도서는 발간되자마자 창고에 묻히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한 책이 일본에서 발매 4개월 만에 53만 부나 판매되었으니 한국 시장과의 비교는 무의미해진다.

이외에도 국내에 출판된 웬만한 북한 서적은 일본에 없는 게 없을 정도다. 저작권 중개업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최소 5배 정도로 일본의 북한 서적 출간이 많다고 한다.

서울과 도쿄의 최대 서점에 진열된 도서의 신세도 이와 다르지 않다. 국내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에 있는 북한 관련 도서는 ‘정치/법률’ 코너의 최말단 자리에 위치하고 있는 반면, 일본 최대 서점인 기노꾸니야는 수년간 눈에 띄는 좋은 자리에 널찍한 매대를 차지하고 판매될 정도라고 한다.

이러한 출판시장의 한일 간 냉온 차이는 대북인식의 차이로도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북한보다 미국에 의한 안보위협을 느끼는 한국 국민들이 많은 걸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일본인들은 월등히 높은 수치로 북한을 안보위협 국가로 꼽고 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옛말이 있듯 한국 국민들은 북한을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지역적, 혈연적, 문화적 유대가 강하니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문제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는 잘 모르는 것 같다. 이러한 일이 출판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 아니겠는가.

황재일 기자 hji@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