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전작권 이양 반대운동에 배후가 있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를 둘러싸고 최근 전직 경찰총수 등 사회 각 계층의 우려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열린우리당이 ‘범보수 음모론’을 들고 나왔다.

지난달 전직 군원로들의 전작권 환수 반대 성명을 기점으로 이달 5일 지식인 720명 시국선언, 10일 전직 외교관 160명과 11일 전직 경찰총수 26명의 반대선언 등이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연일 이어지자 열린당은 일단 시대착오적이라며 낡은 안보관을 먼저 짚고 나왔다.

열린당 노식래 부대변인은 12일 논평을 통해 “전직 국방장관들로부터 비롯된 전작권 환수 반대 성명에 예비역 장교, 지식인, 전직 외교부 장∙차관, 경찰간부, 이제는 개신교 목사들까지 나서고 있다”며 “이것이 무슨 유행처럼 치부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유행이란 것이 시대정신을 반영할 때 진정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며 “최근의 성명들은 그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면모만큼이나 그들이 주장하는 바의 구태의연함까지 시대정신과는 거리가 먼 시대착오적 촌극”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성명들이 매우 작위적이며 조작적이라는 의혹을 떨쳐버릴 수 없다”며 “과거 독재정권에 기생한 전력으로 국민들에게 외면당했던 수구의 조직적 항변의 아닌지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열린당의 공세는 시대착오적 행태라는 데 그치지 않았다. 열린당은 “한나라당의 대선 전략의 일환이며 조작됐다”는 음모론까지 펼쳤다

우상호 대변인은 “과거 수구적이고 보수적인 정권에 봉사하고 협조한 지식인과 관료들의 수구보수 네트워크가 부활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나라당 대선 전략의 일환으로 조직적으로 진행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목청을 높였다.

김근태 의장도 12일 한 토론회에서 한나라당이 정쟁적으로 이슈화시키고 있다”며 “한나라당이 (대안없이) ‘아닐 것이다’ ‘아니어야 한다’고 주장해 국민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열린당의 주장에 대해 한나라당은 ‘망언’이라고 일축했다.

유기준 대변인은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여당의 이같은 주장은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을 음해하려는 시도”라며 “국민 대다수가 우려하는 전작권 환수 반대 의지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노 대통령은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국가의 자주’가 아닌 ‘정권의 자주’에 집착하고 있는데 여당은 한술 더 뜨고 있다”며 “국가장래를 염려하는 성명을 수구보수 네트워크의 부활이라고 폄훼하고, 사람들을 모독하는 망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열린당의 거침 없는 주장을 뒤집어보면 전작권 환수 반대 움직임을 보이면 결국 ‘수구 보수’라는 딱지를 붙일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반대운동이 과거 우리나라의 외교와 안보를 책임졌던 실제 당사자들로부터 나왔다는 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전직 관료들과 사회 각 계층의 나라걱정을 ‘색깔론’과 ‘음모론’을 깎아내리는 것이야말로 국민들 눈에는 수구적이고 정략적인 태도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을 열린당은 고심해봐야 한다.

전작권 문제는 ‘진보’ ‘보수’와 아무 관련이 없다. 어떤 형태가 전시에 가장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느냐는 게 핵심 관건이다. 총을 쏘는 데 과녁을 정확히 맞추느냐가 중요하지, 진보적으로 쏘느냐 보수적으로 쏘느냐가 말이 되는가. 전작권은 문자 그대로 ‘전시작전통제권’이다. ‘전쟁’을 상정한 것이라는 말이다. 전쟁의 목표는 ‘승리’다. 더 중요한 것은 전쟁을 사전에 억제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진보-보수로 가르는 자체가 ‘나는 무식하다’는 사실을 널리 광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당이야말로 ‘수구꼴통’ 행각을 그만두어야 한다.

정재성 기자 jjs@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