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주창했던 ‘햇볕정책’의 유산을 두고 대립각을 세워왔던 여야 정치권이 18일부터 일제히 김 전 대통령의 남북화해 의지를 높이 평가했다.
한나라당은 서거 소식이 알려진 직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민주화와 남북화해에 대한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을 되새기고, 이후 조문절차를 엄숙히 이행키로 했다.
박희태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나라의 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해 평생을 바친 우리 정치의 큰 별”이라며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고인이 꿈꾸던 남북 화해와 협력, 그리고 평화통일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장광근 사무총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지를 국민들과 함께 잘 받드는 게 저희 도리”라며 “조문소가 차려지면 그 지역뿐 아니라 영결식장, 각 중앙 조문소에 많은 당원들이 조문하도록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윤상현 대변인은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는 누구보다도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인권,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헌신해 오셨다”며 “김 전 대통령께서 생전에 이루고자 했던 그 숭고한 뜻이 국민 화합과 남북평화로 승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정신적 지주’라 할 수 있는 김 전 대통령의 서거에 침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언론악법 저지를 위한 장외투쟁을 일단 중단하고 중앙당 및 시도당 각 지역위원회의 사무실에 분향소를 설치해 조문을 받고 있다. 당 홈페이지도 추모 사이트로 개편해 추모 영상과 추모 메시지를 게재하는 등 온라인 추모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정세균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인권, 남북평화협력을 위해서 정말 큰역할을 하신 지도자”라며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과 땅이 꺼지는 아픔을 감당할 길 없다”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가르침을 받아야 할 일이 너무도 많은데 이렇게 먼저 가시니 어버이를 잃은 것처럼 황망하고 허전할 따름”이라며 “민주당은 고인의 뜻을 계승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남북통일, 따뜻한 공동체를 만드는데 계속해서 노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대선 후보로 경쟁했었던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민주화의 거목이 가셨다”며 “마음속으로 깊이 애도하며 영면하시길 바란다”는 애도사를 전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순탄치 않았던 정치역경을 불굴의 의지로 극복하셨던 김 전 대통령은 끝까지 왕성한 노익장을 보여주셨다”며 “고인이 남긴 족적과 업적들은 후대의 역사가 바르게 평가하고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앞에 한 목소리로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지만, 조문 정국이 끝나고 나면 대북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가 김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어 대북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며 대여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6·15, 10·4선언의 주역이었던 두 전직 대통령의 연이은 서거로 인해 동력이 급격히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나라당은 고인이 된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 비판은 삼가면서도 햇볕정책 지지 세력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향후 정치권에서 김 대통령에 언급은 급격히 줄어들겠지만 햇볕정책에 대한 논란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