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BDA `최후해법’ 제시…北 선택 주목

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와 관련해 북한측에 사실상 최후해법을 제시함에 따라 북한측의 반응이 주목된다.

미국이 제시한 최종해법은 BDA에 묶인 자금을 불법.합법 계좌를 가리지 않고 전액 ‘개별적’으로 찾을 수 있게 함으로써 사실상 ‘용처 제한’을 해제하는 대신 북한측이 막판에 요구해온 송금문제는 북측이 ‘알아서 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북한측이 이 해법을 받아들일 경우 그동안 진전을 이루지 못했던 6자회담 ‘2.13 합의’ 이행의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이지만 ’BDA에서 제3은행으로의 송금’을 고집했던 북한측이 미국의 제안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마카오 당국은 10일 BDA에 동결돼 있는 모든 북한 관련 계좌의 동결을 풀 준비가 돼있다고 미 재무부 측이 밝혔다.

이와 관련,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오후 시내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방한중인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와 만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현 상황은 2005년 9월 BDA (북한) 자금이 동결되기 이전 상태로 돌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돈을 찾는데 필요한 조치를 잘 알고 있다”면서 “내일부터는 모든 (북한) 계좌 주인들이 자유롭게 찾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천 본부장은 “계좌에 돈을 둘 수도 있고 두면서 계속 거래를 할 수도 있고 찾고 싶으면 찾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 (이번 해법을)어떻게 보는 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해 북한의 수용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힐 차관보도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북한의 모든 자금에 대한 합법적인 (마카오 당국의) 해제를 지지한다는 매우 중요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매우 큰 진전으로 북한이 60일 이내 이행해야 할 조치를 빨리 취하는데 있어서 장애물이 걷혔다고 본다”면서 “북한이 빨리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접촉하는 등 조속한 시일 내 2.13 합의에 따른 이행에 속도를 내길 원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BDA를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하고 미국은행과의 거래를 막은 조치 자체는 유효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정부 당국자가 밝혔다.

힐 차관보는 BDA에 대한 재무부의 제재조치가 지속되는 지 여부에 대해 “그것은 BDA 소유주측과 마카오 당국의 장기적인 경영 및 관리에 달려있는 것이며 구체적인 것은 재무부측에 문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의 향후 반응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북한은 불법 여부에 상관없이 돈을 인출할 수 있게 됐고 그 용도도 제한을 받지 않게 됨에 따라 BDA 제재로 인한 불이익이 해소됐다고 볼 수있다”면서 “북한이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특히 현재 방북중인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와 빅터 차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일행이 북한측 고위인사들과 만나 이번 제안에 대한 북측입장을 전달받을 가능성이 주목된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협상의 고비 고비마다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해온 북한이 미국의 제안을 수용할 지 여부는 기다려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국제금융체제에 다시 편입한다는 상징적 조치인 ‘제3국으로의 자금이체’를 고집할 경우 조속한 6자회담의 진전은 물론 협상국면이 틀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힐 차관보는 이날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비핵화를 못하면 다른 트랙에도 문제 있을 것”이라면서 “북이 비핵화 과정을 시작하지 않으면 매우 불투명한 미래에 맞닥뜨릴 것”이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