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6자회담 재개에 시선 집중

조지 부시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미스터’라고 부른 뒤 북ㆍ미간 뉴욕접촉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및 부시 대통령간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미국의 대북 자세와 행동이 6자회담 재개쪽으로 초점이 모이고 있다.

수레바퀴의 화살이 모두 중심으로 향하듯, 미국을 비롯한 6자회담 참여국들의 최근 언행이 모두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핵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응원하는 쪽으로 폭주병진(輻輳幷臻)하는 양상이다.

◇ 北 자극 발언 자제 = 브뤼셀을 방문중인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반기문(潘基文) 외교장관의 ’폭정의 전초기지’ 등 대북 자극 발언 자제 요청에 대해 “한국의 입장을 충분히 유념하겠다”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미국 정부가 거대 정부이어서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는 점을 이해해주기 바란다”면서도 북핵 문제에 관한 한 “부시 대통령과 나의 입장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미 행정부측은 모든 사람의 발언을 다 통제할 수는 없으나, 중요한 것은 북핵문제에 직접 관여하는 핵심 고위인사들의 발언인 만큼 다른 사람들의 말에는 개의치 말라는 뜻을 한국 정부측에 전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유엔주재 북한 고위관계자가 미국에 대해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 자제를 요청한 날 폴라 도브리안스키 미 국무 차관이 이 표현을 썼지만, 이는 민간 단체 주최 세미나에서 인권문제 담당 차관으로서 북핵 문제와 상관없이 한 발언이므로 북한측을 일부러 자극하려는 뜻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라이스 장관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미국측의 자극적인 용어를 문제삼는 데 대해 “회담에 안 나오려는 핑계대기를 좋아한다”고 일축하고, 북한을 여전히 ’폭정의 잔존기지’로 보느냐는 질문에 “북한 정권의 성격은 자명하다고 생각한다”
고 대답했으나, 스스로 ’폭정의 전초기지’라는 표현은 되풀이 하지 않았다.

이날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부시 대통령을 따라 김정일 위원장을 “미스터 김정일”이라고 북한측이 경칭으로 간주하는 호칭을 썼다.

◇ 대북 식량 지원 발표 = 미국은 북한에 대한 식량 5만t 지원 방침을 결정했다고 애덤 어럴리 미 국무부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은 그동안에도 대북 식량원조는 인도주의적 문제로, 북핵 문제와 연계시키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으므로 이번 결정이 북핵 문제와 공식 직결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식량 지원 결정 발표가 크건 작건 북ㆍ미간 신뢰 회복과 6자회담 분위기 조성에 기여할 것은 틀림없으며, 따라서 북한의 ’전략적 결단’을 고무ㆍ지원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한 측면도 있다.

미국은 특히 지난해엔 대북 식량지원 방침을 7월에 발표했으나 올해는 그보다 한달 앞당겨 발표했다.

◇ 힐, 방북의사 표명 =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한국시간으로 22일 주한미대사관 인터넷을 통해 “나는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고 싶으며 만나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의 방북 용의와 희망의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힐 차관보의 발언은 그동안 뉴욕 접촉과 6자회담장 안에서만 열렸던 북ㆍ미대화나 접촉의 기회를 크게 확장하는 의미가 있다.

힐 차관보는 최근 상원 청문회에서 “6자회담이라는 절차는 그 위에 어떤 구조물도 지을 수 있을 만큼 넓은 기반이므로,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어떠한 형태의 어떠한 접촉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힐 차관보의 방북은 이날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교수와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대사가 워싱턴 포스트 공동기고문에서 제안한 대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 더 고위급의 방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북한측의 수용 여부가 주목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