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도둑정치’ 근절 세계전략 추진

북한 정권과 특히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옥죄는 미국의 그물망이 다시 하나 더 쳐졌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각) 가난한 나라이면서도 최고위층을 비롯해 정부가 국가경제와 사회발전에 쓸 돈을 빼돌려 “국민의 번영을 훔치는 도둑체제(kleptocracy)”에 대한 전 세계적 투쟁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말하면 가난한 독재국가의 독재자와 정부 지도층의 부패를 막아 그 돈으로 경제.사회를 발전시킴으로써 민주주의를 확산시킨다는 취지이지만, 미 국무부는 이미 ‘악의 축’ ‘폭정의 전초기지’ ‘범죄국가’ ‘소프라노(미국의 유명 TV드라마에 등장하는 마피아 가문) 국가’ ‘불투명 국가’ 등의 딱지가 붙은 북한과 벨로루시 등이 주된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부시 대통령의 성명 발표에 맞춰 브리핑을 한 조셋 샤이너 국무부 경제.기업.농업담당 차관은 ‘북한이 특별 관심국가이냐’는 질문에 “북한은 여러 면에서 특별 관심국가이지만, 이 점에서도 핵심적”이라고 말했다.

샤이너 차관은 “모든 수준에서 부패가 있고, 부패의 공급과 수요 양측면이 모두 있는” 북한은 “거대한 부패(grand corruption)”라고 말하고 “고위층 부패가 정부 전반과 전 체제에 확산돼 국가발전에 쓰여야 할 종자돈(core fund)이 불법적인 목적들에 유용되는” 대표적 사례로 지적했다.

‘불법적인 목적들’이라는 화폐와 담배 등의 위조는 물론 핵과 미사일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이 이날 발표한 도둑체제 또는 도둑정치라는 의미의 ‘클렙토크러시 분쇄 노력의 국제화 전략’은 최근 G8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부패 근절을 위한 ‘법.금융정책의 협력’의 이행 차원이다.

특히 미국이 빈국의 정부 부패에 주목하게 된 것은 이것이 경제.사회 발전을 막아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고 테러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명분과 함께 최고지도자를 비롯한 고위층의 부패 자금이 돈세탁 등을 위해 국제금융망에 유입돼 국제금융망을 오염시키면 테러자금 및 대량살상무기 개발자금의 조성과 흐름을 돕는 결과가 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성명에서 “우리의 목표는 모든 공적 부문의 고위층 부패를 분쇄하고, 부패한 관리들이 자국민을 사취하고 불법 소득을 숨기는 수단으로서 국제금융 체제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데 있다”고 말했다.

샤이너 차관은 미 정부 각 기관은 미 정부 내부의 협력과 외국 파트너 기관들과 협력을 통해 ‘도둑관리’를 찾아내 이들의 국제금융 체제 접근을 차단하고 이들이 국민에게서 훔친 돈을 돌려주고 관련자를 처벌토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께 브리핑한 매튜 프리드리히 법무 부차관보는 최근 미국의 반부패 행동의 사례로, 지난 6월 벨로루시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자산에 대한 동결령과 파벨 라자렌코 전 우크라이나 총리에 대한 돈세탁과 전자통신수단을 이용한 사기 혐의 기소를 들었다.

그는 미국이 2004년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과 그 보좌관들의 불법활동 관련 돈 2천만달러를 찾아내 돌려준 일도 들었다.

미국은 부시 대통령의 이 전략에 따라 부패 관리들이 안전하게 숨을 수 있는 피난처를 물리적으로나 재정적으로 차단할 방침이다. 부패 관리의 미국 도피 여지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 국무부는 이번 조치에 해당할 부패 정부 지도자들의 이름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으나,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 등 전직 정부 수반들 이름은 제시했다.

한편 폴 울포위츠 전 미 국방부 부장관이 세계은행 총재로 옮겨가 개발도상국가와 저개발국의 부패 근절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은행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1조달러가 정부관리 매수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