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부, 2001년부터 北위폐 조사”

미 국무부는 지난 2001년부터 슈퍼노트로 불리는 북한의 위폐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으며 2003년부터는 관계부처 합동조사팀인 불법행위방지구상(Illicit Activities Initiative.IAI)을 출범시켜 북한의 위폐문제를 정밀 조사했다고 뉴욕타임스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주말 매거진 기사를 통해 미국이 1990년대 후반 탈북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슈퍼노트의 출처가 북한이라고 본격 의심하기 시작했으며 국무부가 2001년부터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면서 북한의 슈퍼노트 제작 증거들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와 인터뷰한 데이비드 애셔 전 국무부 동아태 선임자문관은 경제난에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권력핵심층들이 사치스런 생활을 하는 것에 의문을 품은 제임스 켈리 당시 차관보의 지시에 따라 2001년부터 국무부가 북한의 불법활동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면서 북한 위폐 제작의 증거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애셔 전 선임자문관은 당시 조사를 통해 북한의 아이보리 밀매와 히로뽕 제조는 물론 위폐제작의 증거들이 속속 드러났으며 북한의 위폐제작에 대해 조사를 하면 할수록 화가 치미는 상황이었다면서 2003년 봄부터는 국무부가 자신을 조정관으로 관계기관 합동조사팀인 IAI를 구성, 위폐제작을 비롯한 북한의 불법행위들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애셔는 IAI가 국무부와 비밀검찰부, 정보기관들이 수집한 정보와 과거에 축적된 슈퍼노트 관련 상황증거들을 종합 분석하는 역할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확보된 증거에 대해서는 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은 채 만약 북한이 슈퍼노트 정도의 정밀성과 품질을 가진 정상적인 수출품을 만들었다면 한국처럼 경제대국이 됐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탈북자들과 북한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1970년대 중반 대남공작 자금을 위폐제작을 통해 조달토록 지시했다면서 이후 북한의 위폐제작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승인 아래 대미 경제전쟁 차원으로, 1984년 이후에는 경제난 타개를 위한 수단으로 확대됐다고 전했다.

초기 북한의 위폐제작은 1달러짜리 지폐를 표백한 뒤 100달러로 바꾸는 과정을 거쳤으나 이후에는 국가 차원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첨단 인타글리오 인쇄기까지 도입해 슈퍼노트를 만들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설명했다.

이 신문은 1996년 미국 정부가 위폐를 막기 위해 녹-흑 시변색 잉크(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특수 잉크)를 사용한 이른바 ‘빅 헤드(Big Head)’ 지폐를 내놓자 북한도 같은 해에 녹색이 검은색과 스펙트럼이 유사한 자홍색 시변색 잉크를 구입했다면서 이 잉크가 1998년에 처음 발견된 빅 헤드 슈퍼노트에 사용됐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레이저 미 국무부 테러자금지원 및 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는 이른바 빅 헤드 슈퍼노트가 부분적으로 진짜보다 더 선명할 정도로 정교하게 제작됐다면서 북한이 슈퍼노트의 출처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미 정부가 지난 2004년 10월 컨테이너에 실려 뉴어크 항으로 들어온 30만달러 상당의 슈퍼노트를 찾아낸 사실을 소개하면서 미국 내에서 슈퍼노트의 대량 발견은 당시가 처음이었다고 밝혔다.

신문은 두 달 뒤에도 뉴어크 항에서 밀반입되던 300만달러 상당의 슈퍼노트가 발견됐으며 캘리포니아주 롱비치 항에서도 당국이 지난해 5월 70만달러의 슈퍼노트를 찾아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연방수사국이 찾아낸 대량의 슈퍼노트를 토대로 비밀수사를 펼친 끝에 슈퍼노트 밀매단을 검거했다면서 이 때부터 미 정부가 공식적으로 슈퍼노트의 출처로 북한을 지목했고 결국 지난해 9월 북한 불법자금 세탁경로로 알려진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대한 제재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신문은 북한의 위폐제작에 대해 조지 부시 행정부의 전.현직 관리들이 “전쟁행위”, “미국민에 대한 위협”이라는 용어까지 사용하면서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면서 북한이 6자회담 복귀의 전제 조건으로 BDA에 대한 제재 해제를 주장하고 있지만 부시 행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이같은 인식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북한의 위폐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이 문제가 외교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면서 이달초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도 BDA 제재에 대한 항의 표시의 일환이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미 재무부의 BDA 제재 조치 부과 직후 평양을 방문했던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강행은 BDA 제재에 대한 항의 표시의 일환이라면서 위폐문제와 BDA 제재가 김정일의 행동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