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美탈영병 젠킨스, “김정일은 악인”

찰스 젠킨스씨 ©요미우리

1월 31일 日 요미우리 신문에 북한 당국에 의해 납치되었던 일본인 소가 히토미씨(45)의 남편 찰스 젠킨스(64)씨의 단독 인터뷰가 실렸다.

“나는 김정일을 악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국민을 착취하고 억압하고 있다.”

그는 김정일에 대한 생각을 묻는 보도진에 대해 이렇게 답변했다. 그리고 작년 인도네시아에서 아내 소가 히토미씨와 재회했을 당시 북한당국이 아내를 다시 북한으로 데리고 돌아오도록 자신에 강요했다고 밝혔다.

젠킨스씨는 일본어로 “안녕하세요, 젠킨스입니다”라고 인사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동안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라며 영문 메모를 읽어내려 갔다. 그는 “처음 북한에 가서 15년동안은 아주 고생스러웠지만 아내를 만나 인생이 바뀌었다”며 북한생활을 설명했고, “내가 올바로 대응하면 일본에서 가족들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며 작년에 북한에서 홀로남아 고이즈미 수상과 면담하던 시절을 회상하기도 하였다.

소가 히토미씨 이외의 일본인 납치자 실태에 대한 질문에는 “나는 북한에서 격리된 생활을 했었다. 일본정부에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이야기 했다”며 직접적인 회답은 피했다.

그는 미국에 사는 모친과 만나기 위해 빠른 시일내에 미국가 가고 싶다는 의향을 나타내며 “어머니는 벌써 91세다. 가능한 한 빨리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출판 준비를 진행시키고 있는 자서전에 대해서는 “아직 출판사는 결정하지 않았다. 가까운 시일내에 결정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주한미군 8연대 소속 하사였던 젠킨스씨는 베트남 전선으로 전출이 두려워 1965년 1월 5일 비무장지대를 넘어 월북했다. 하지만 그는 북한에서 참혹한 고통을 당해야 했다. 다른 미군 탈영병 3명과 함께 고문과 배고픔에 시달려야 했으며 하루에 10시간씩 김일성에 대해 공부해야 했다. 라디오를 조작해서 BBC방송을 듣다가 평양에서 쫒겨나기도 했으며 평양의 소련대사관에 망명을 신청했다가 더 큰 고초를 당하기도 했다.

북한의 한 의사는 어깨에 있던 ‘U.S.Army’라는 문신을 마취도 없이 생살을 도려내기도 했다. 1980년, 북한의 공작원들에 의해 고향에서 납치당한 아내 소가씨와 결혼하였다. 결혼후 두딸 미카(22)와 브린다(20)을 낳았다.

이 기구한 운명의 부부는 2002년 9월 17일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당시 김정일위원장이 ‘일본인 피랍자 5명 생존, 8명 사망, 2명 입국미확인’을 시인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17일 소가씨는 다른 생존자 4명과 함께 일본에 돌아왔지만 젠킨스와 두 딸은 평양에 남겨졌다.

젠킨스는 2004년 7월 9일에야 “제3국 가족재회”라는 명목으로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에서 소가씨를 만났고 ‘신병치료’를 명목으로 7월18일 일본으로 왔다. 이후 병원 입원, 미군 출두, 탈영에 대한 재판, 복역과 제대의 절차를 거쳤다.

하지만 젠킨스 가족의 고통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소가씨와 함께 납치 당했던 어머니 미요시씨의 행방과 생사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젠킨스씨 가족은 작년 12월부터 사와타리市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인호 기자 park@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