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보기관, 북핵정보 부재로 곤욕

북한 핵무기 실험설을 들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보기관들이 ’정보의 블랙홀’인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의견 일치를 이뤄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특히 최근 수개월간 북한의 함경북도 길주군 일대에서 (핵 실험 징후와 관련한) 의심스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하는 위성사진을 분석하면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미 뉴욕 타임스 인터넷판이 11일 보도했다.

북한의 이런 활동은 몇몇 북한 전문가를 포함한 일부에게는 북한이 핵무기 실험을 준비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가장 최근의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토머스 쉬퍼 주일 미국 대사는 최근 일본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실험을 위한 준비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고 대사관 대변인이 전했다.

또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관리들은 시퍼 대사의 말을 인용해 북한의 핵 실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으며 이같은 견해는 미국내 일부 북한 전문가들의 의견이기도 하다.

그러나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이 실험을 향해 첫 발을 내디뎠다는 사실을 확인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북한측 주장에 의미부여를 크게 하지 않으려 한다”고 대답했다.

이같은 모호함은 최근 며칠간 많은 정보기관 관리들이 북한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의도나 능력과 같은 광범위한 의문이나 지엽적인 문제들에 대해 그들의 견해를 표현하는데도 일반화돼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지적했다.

지난주 미국 정부의 각기 다른 3가지 소식통들은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핵 실험 장소로 의심되는 지역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관람대(관측소)로 보이는 것이 세워졌다는 증거에 대해 직접 보았거나 브리핑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는 핵 실험일수도 있는 이 활동을 관측해온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준비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는 의심을 높여주는 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한 정보기관은 그같은 구조물에 대한 증거를 알지 못한다고 말했고 국무부 관리들도 같은 견해를 피력했다.

어떤 경우는 입장이 바뀌기도 하는데 지난주 관람대의 존재를 확신했던 한 미 고위 관리는 “그 구조물이 핵실험 장소와 관련이 있는지 불확실하다”며 한발짝 물러섰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문제가 이처럼 중요하고 군사 정보가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미 관리들은 정보를 매우 조심스럽게 취급, 제한된 정보만 공개하며 익명을 요구하거나 소속 기관마저 밝히지 않으려 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신문은 또 북한 관련 정보를 해석해온 사람들이 오랫동안 북한의 능력을 과대 또는 과소평가해온 오랜 전철을 밟아왔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 대사는 “북한이 미국 첩보사상 가장 오랜 실패 지역으로 불리는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며 “자신있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건 나 스스로도 실패의 일부를 담당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부시 행정부는 그간 오랫동안 북한 문제와 관련, 붕괴할 때까지 압박할 것이냐, 스스로 포기할 때까지 협상할 것이냐는 두가지 입장으로 갈려왔다.

이같은 논란이 지속돼오는 동안 북한은 한때 존재 자체를 부인해온 핵무기 프로그램 개발을 빌미로 계속 진전된 요구들을 해왔다.

물론 일부에선 북한이 뭔가를 속이고 있거나 계획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돼 왔다.

설상가상으로 북한내에 미국 정보요원이 거의 없고 북한 내부에 통신망도 부족한 현실이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7년전인 지난 98년 미국 정보기관들이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증거를 놓쳤고 이런 실수가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같은 해 북한 금창리 일대의 비밀 핵 장소에 대한 위성사진은 북한이 비밀리에 반응기나 재처리 설비를 건설하고 있다는 우려를 낳았었다.

미국측 요구에 따라 조사를 위해 현장에 접근했을때 거대한 동굴이 발견됐지만 그곳은 텅텅 비어있었다 그러나 당시 북한이 핵개발 계획이 탄로나면서 이를 포기했던 것인지, 아니면 속임수를 썼던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밝혔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