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 “김정일 `미사일 폐기’, 협상 해결의지 과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미국과 수교가 이뤄지면 중ㆍ장거리 미사일을 모두 폐기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은 협상을 통한 해결 의지를 다시 한번 내비친 것이라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분석했다.

미국 사회과학원의 레온 시갈(Leon Sigal) 박사는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회견에서 김 위원장의 미사일 발언은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면서 “북한은 5년 전 클린턴 행정부 말기에도 미국이 보상해 준다면 미사일 계획을 중단하겠다는 제의를 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지난 몇 년 간 핵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불편한 관계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5년 전에 내놓았던 제안을 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북한은 미국이 응답한다면 협상을 통해 미사일 문제와 더 나아가 핵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시갈 박사는 그러나 북한이 미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이유에 대해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계획을 포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인권문제를 비롯한 다른 여러 현안들을 해결해야 외교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 (Eurasia Group)의 브루스 클링거 아시아담당 분석관은 “김정일 위원장이 5년 전 미국 측에 내놓았던 제안을 다시 살려냄으로써 6자회담에 복귀할 뜻이 전보다 더 강해졌음을 내비쳤다”고 해석했다.

클링거 분석관은 21일부터 열리는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북한이 “깜짝 놀랄 만한 제안을 하면서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남한과 중국의 노력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것은 동시에 북한에 대한 압력을 높이려는 미국의 입장을 약화시키겠다는 뜻도 숨어있다”고 풀이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북한은 외교관계 정상화와 미사일 계획 포기를 두고 커다란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는 단순히 누가 먼저 양보하느냐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근본적으로는 서로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