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외교 “美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 유감”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21일 “최근 미국 고위 관리들이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언급한 것은 현재의 남북화해 와 6자회담 재개 분위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 장관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이라크 재건 국제회의 참석차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에 앞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이 같이 밝혔다.

반 장관의 이같은 언급은 폴라 도브리안스키 미 국무부 차관이 20일 미얀마, 짐바브웨, 쿠바와 함께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언급한데 대한 견제성격을 띤 것으로 받아들여져 미국측 반응이 주목된다.

반 장관은 “최근 정동영(鄭東泳) 장관과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만나 남북 화해의 물꼬를 텄고 오늘부터 장관급회담이 개최돼 여러 면에서 좋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며 “이런 모멘텀을 잘 살려서 6자 회담 참가국과 국제사회가 전반적으로 지지하고 도와주는 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를 위해서는 관련국들이 세심하게 배려하고, 상대를 자극할 수 있는 불필요한 언행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이라크 지원 국제회의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에게 이같은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며 “워싱턴에 머물고 있는 이태식 차관도 현지 시간으로 내일 미 국무부와 백악관 고위 관리에게 이같은 입장을 전달, 설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 장관은 “최근 북한 고위 관리가 한달 만이라도 미국이 `폭정’같은 표현을 자제해 달라고 말한 것은 북측 나름대로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김 위원장이 `7월 중에는 6자회담에 나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점”이라고 강조했다.

반 장관은 “최근 한미 정상회담시 부시 대통령이 `미스터 김정일’이라고 지칭하고 김 위원장도 정 장관과의 면담에서 `부시 각하’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런 언급은 미.북간 불신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 장관은 “7월 중 회담에 나갈 수 있다는 북측 입장에는 비록 단서가 있기는 하지만 이런 조건에 너무 신경쓰지 말자. `나갈 수 있다’는 언급이 중요하다”며 “6자회담의 성공을 위해서는 한국의 주도적 역할이 중요하고 미ㆍ북간 불신 해소도 중요한 요인인 만큼 서로 분위기를 잘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열린우리당 한명숙(韓明淑) 의원도 이날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 앞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라이스 장관이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표현한 북한의 성격에 변함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데 대해 “한미 외교채널을 통해 적극적인 시정을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의원은 “라이스 장관의 발언은 모처럼 조성된 6자회담 재개의 긍정적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적절한 행동”이라며 “6.17 면담(정동영-김정일 면담)을 통해 마련된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6자회담 재개의 긍정적 모멘텀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번 면담의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회원 참여국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