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사람들, 北에서 왔다고 채용 안해줘”

탈북자의 국내 입국자 수가 1만 5천명을 넘어서고, 정착교육시설인 하나원의 개원이 10주년을 맞은 지금까지도 탈북자들은 한국 사회 적응에 높은 벽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이하 새조위)가 30일 한나라당 홍사덕 의원 주최 ‘북한이탈주민 한국사회 적응 10년, 현주소’ 토론회에서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한 기업들이 탈북자들의 채용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편견과 고정관념 때문’(36.8%)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같은 응답은 탈북자(60.4%)들 사이에서 오히려 더 높게 나타나 탈북자들 스스로가 느끼는 피해의식이 훨씬 큰 것으로 조사됐다. ‘업무 수행이 낮기 때문’이라는 응답은 남한 주민(17.4%)이나 탈북자(21.2%) 모두 낮게 나타났다.

남한 주민이 탈북자에게 편견을 갖는 이유로는 ‘북한 정권에 대한 혐오감 때문’(38.8%), ‘남한 사회에 대한 지식수준이 낮아서’(29.0%), ‘북한에서 왔기 때문에’(24.2%) 순으로 나타났다.

탈북자들은 남한 사람들이 자신들에 대해 편견을 갖는 이유에 대해 ‘못 사는 나라에서 왔기 때문에(34.9%)’ ‘북한에서 왔기 때문에(28.6%), ‘북한 정권이 싫기 때문에(14.1%)’ 순으로 꼽았다.

또한 남한 주민의 다수는 탈북자들이 남한 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운 이유를 ‘남한 체제가 북한과 너무나 달라서’(59.4%)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음으로 ‘남한 사람들의 편견이 너무 심해서’(25.4%), ‘탈북자들이 적응하려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아서’(8.6%) 순으로 답했다.

탈북자들의 경우 ‘적응에 대한 개인의 노력 부족’(45.1%)이란 답이 가장 많았으며,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어서’(37.6%), ‘남한 사람들 배려나 이해심이 부족해서’(7.5%)라는 응답이 그 뒤를 이었다.

새조위는 이에 대해 “탈북자들이 남한 사회 적응의 어려움을 ‘남한 사람들의 부정적 인식 탓’으로 돌리는 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자신들 스스로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며 “탈북자들이 수동적으로 살 수 밖에 없었던 북한의 생활 습관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삶을 개척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 정부나 민간단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 외에도 남한 주민들의 절반 정도가 탈북자들을 ‘동포라고 생각한다’(41.0%)고 답한 반면, 탈북자들은 ‘여전히 북한 사람으로 생각한다’(58.4%)는 답변이 훨씬 많았다.

새조위는 “이는 북한이탈주민 대부분이 통일 후 고향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탈북자들이 통일 후 북한의 발전에 기여하고, 남북한 사회통합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새조위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 플러스에 의뢰해 남한 주민 500명과 탈북자 255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 12일~6월 17일까지 전화조사로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