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UN에 지원 요청…南정부에 손 내밀까?

대규모 홍수 피해를 입은 북한이 평양 주재 유엔 대표부(UN country office)에 24일 공식적으로 긴급 구호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압록강 일대에 일어난 대홍수와 북한 전역의 폭우 피해로 북한이 유엔에 지원을 요청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북한은 그동안 유엔의 지원 의사에도 이를 거부해왔다.


유엔 회원국 대표는 25일 북한 당국과 공식 회의를 가지고 구체적인 지원 규모를 결정할 예정이다.


북한은 24일 조선중앙TV를 통해 신의주 농경지 피해사실을 공개했다. 북한은 남한이나 외부에 지원요청을 할 때 피해 내역을 공개하는 것이 관례였다.


따라서 북한이 유엔에 이어 우리 정부에도 지원을 요청해올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정부는 천안함 사건 이후 발표된 5.24 대북조치가 유효한 마당에 쌀 지원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청와대도 아직 때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북한이 식량 등 구호물품 지원을 공식 요청해올 경우 이를 외면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북한은 현재 ‘구걸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가지고 ‘주면 받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남한 정부에 공식적으로는 요청하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그러나 비공식으로 정부 또는 인도적지원기구, 대북지원단체에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전달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의주의 침수 및 피해 상황을 북한이 신속히 보도하는 것을 보면 북한 상황을 내·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의도”라면서 “핵실험, 천안함 사건 등으로 경색된 지원을 자연재해를 통해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북한에서 남한정부에 지원요청이 올 경우, 남한 내부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여론을 이명박 정부가 무시 할 수 없기 때문에 인도적지원차원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한편 대북지원단체들 사이에서는 북한 홍수피해 지원과 관련된 논의가 이미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드비전 길국진 간사는 “다른 민간단체와도 계속 이야기 중이지만 현재 남쪽 정부에서 대북지원제재가 풀린 게 아무것도 없어서 통일부의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며 “북한에서 지원요청이 온 것은 아니지만 피해 상황을 미루어봤을 때 하루빨리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가 지원 결정을 내린다 해도 지원 규모와 분배 투명성 문제로 북한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적지 않아 구호품이 북한에 도착할 때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2006년 수해복구물자 쌀10만 톤, 물자 등 700억 원을 지원했고, 2007년에는 라면, 정수제, 햇반, 복구장비 등 374억 원을 지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