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 검증도 ‘살라미’ 전술

북한이 핵 검증의 최대관건인 시료채취는 핵시설 불능화 단계가 아닌 핵포기 단계에서나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6자회담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15일 “플루토늄에 대한 시료채취로 조선(북)이 추진한 핵계획의 전체상을 파악하는 단서를 확보하는 시점이라면 마땅히 미국을 포함한 5자도 그에 상응한 행동조치를 취하고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아직은 비핵화 노정이 그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금의 불능화 단계에서는 지난달 1∼3일 북.미 간에 문서로 합의된 ▲현장방문 ▲문건확인 ▲인터뷰 등에 의한 검증만 가능하고 시료채취는 핵포기를 논의하며 북미관계가 더욱 진전된 이후에야 상정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북한은 추후 열리게 될 6자 수석대표회동에서 채택될 검증의정서에도 시료채취 문제는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이는 핵포기 단계를 최대한 잘게 자르고 각 단계마다 보상을 요구해 핵포기 기간은 최대한 늘리고 보상은 극대화한다는 특유의, 이른바 `살라미 전술’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증의 원칙을 담는 검증의정서에 시료채취가 담기지 않는다면 북한이 추후에도 이를 수용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외교 당국자는 16일 “실제 검증에서 시료채취가 가능하다면 검증의정서에 시료채취라는 용어가 어떻게 담기는지는 상관없다”면서 “하지만 시료채취 문제가 민감하다고 다음으로 넘기고 이번에는 낮은 수준의 검증에만 합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료채취에 대한 북한과 한.미 간의 이견이 현격함에 따라 북한 핵협상이 단시일내 진전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각에서는 북.미가 충분히 대화를 나눈만큼 이견이 있더라도 이제는 6자회담을 열어 시료채취를 포함한 검증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의장국인 중국은 `성과를 기대할 수 없으면 회담을 열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져 6자회담이 연내 열릴 수 열릴 지도 불투명하다.

아울러 내년 1월 미 오바마 행정부 출범 전까지는 비핵화 2단계(불능화)를 대부분 마무리한다는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유연하고 적극적인 대화를 천명하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도 ‘시료채취에 의한 검증’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미국의 새 정부가 출범한다해도 단시간 내 핵협상이 진전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연합